"맞힐 건지 말지는 부모가 결정"…공화당 중심으로 접종 거부 확산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가 소아 백신 의무화를 폐지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내 소아 백신 접종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은 백신 의무화에 찬성…그러나 과거보다 줄어

하버드대와 SSRS가 올해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8명은 홍역, 볼거리, 풍진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 입학 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 모두에서 다수의 찬성이 확인됐다.

뉴욕타임스와 입소스(Ipsos)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미국 성인 약 70%가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어린이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24년 갤럽 조사에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정부가 모든 부모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해야 한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에 그쳤고, 나머지는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1991년 조사 당시 81%가 백신 의무화를 지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공화당 지지층의 백신 회의론 확산

이 같은 변화는 주로 공화당 지지층에서 발생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60%가 정부의 백신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백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 백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 공화당 지지자는 4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10명 중 6명이 그렇게 답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인식 차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2019년 이후 크게 벌어졌다.

올해 1월 실시된 AP-NORC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감염병 발병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이 우려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더 높았다.

잘못된 정보도 영향…MMR 백신 오해 여전

백신에 대한 불신은 잘못된 정보 확산과도 관련이 있다. 케이저 가족재단(KFF)이 4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는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거짓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5%만이 "확실히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절반에 못 미치는 비율만이 "확실히 거짓"이라고 단언했다.

MMR 백신보다 홍역 감염이 더 안전하다는 주장도 약 3분의 1이 들은 적 있다고 했고, 이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사실 여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백신 반대 이유, '안전성'보다 '자유'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부모의 선택권'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버드/SSRS 조사에 따르면, 백신 반대자 가운데 80%는 "부모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으며, "안전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은 40%에 불과했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소아 백신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400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으며, 집단면역을 통해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가 이 같은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백신 의무화를 철폐할 경우, 미국 내 공중보건 정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