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섬유질과 각종 영양소 듬뿍…장 건강·면역력·수면 질 개선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사과와 바나나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로 손꼽히지만, 영양 전문가들은 쇼핑 리스트에 키위를 꼭 추가하라고 권하고 있다. 갈색의 털 많은 껍질 안에 녹색, 노란색, 때로는 붉은색 속살을 지닌 이 작은 과일은 식이섬유와 비타민C 등 건강에 이로운 영양소로 가득 차 있다.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건강 인플루언서들이 소화와 수면에 좋다고 언급하면서 키위의 인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대학 메디컬센터 임상 영양사 주디 사이먼은 "요즘 키위가 각광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영양소 가득한 작은 과일

중간 크기 키위 한 개에는 48칼로리에 불과하지만 식이섬유가 2그램 이상 들어 있으며, 껍질에는 특히 더 많은 섬유질이 포함돼 있다. 식이섬유는 소화를 늦춰 혈당 급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

또한 섬유질은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는다. LDL이 과다하면 동맥에 플라크가 쌓여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비타민C 함량도 뛰어나다. 키위 한 개에는 56밀리그램의 비타민C가 들어 있어, 귤이나 자몽 반 개보다 더 많고, 성인 남성 권장 섭취량의 62%, 여성의 경우 75%를 충족한다. 비타민C는 면역력 향상과 상처 치유, 철분 흡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칼륨도 150밀리그램가량 들어 있어 나트륨 과잉으로 인한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불포화지방도 소량 들어 있어 비타민 A·E 등 지용성 비타민 흡수에도 도움이 된다.

사이먼 영양사는 "키위는 영양소 밀도도 높고 포만감도 주면서 맛까지 뛰어난 완벽한 간식"이라고 평가했다.

장 건강과 변비 개선에도 탁월

미시간대학 소화기내과 전문의 샨티 에스와란 박사는 변비 환자들에게 약이나 보충제 대신 키위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프룬도 효과는 있지만, 같은 양의 섬유질을 얻기 위해선 네 개는 먹어야 하며, 대부분은 키위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 따르면, 하루 두 개의 녹색 키위를 섭취한 참가자들은 배변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위에는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가 모두 들어 있다. 수용성 섬유질은 장에서 겔 형태로 변해 수분을 끌어들여 대변을 부드럽게 해주며, 불용성 섬유질은 분해되지 않고 대변의 부피를 늘려 장 운동을 촉진한다.

특히 녹색 키위에는 '액티니딘'이라는 소화 효소가 들어 있어 단백질 분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선 효과가 확인됐지만, 인간에게도 동일한 효능이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수면 개선 효과는 아직 미지수

일부 SNS 사용자들은 키위가 수면의 질을 높인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2023년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자기 전 키위 두 개를 4주간 섭취한 참가자들이 수면 질 향상을 보고하긴 했다.

키위에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이 소량 포함돼 있으나, 수면에 영향을 줄 만큼의 농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이먼 영양사는 "흥미로운 연관성은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자 대신 키위를 먹는 식습관 변화 자체가 수면 개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이 많은 식품을 밤에 섭취하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위는 스무디에 넣거나 과일샐러드, 그릭요거트에 곁들여 먹으면 좋다. 껍질째 먹는 것도 가능하다. 껍질의 질감이 부담된다면, 털이 덜한 노란 키위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