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치료로 스트레스 감소, 기분 향상 둥 다방면의 효과 이끌어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정원 가꾸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비록 무거운 것을 들고 땀 흘리며 힘쓰는 일이 포함돼 있어도 그것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는 말을 이해할 것이다. 운동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소리를 들으며 흙을 파는 일은 기분을 북돋고 흙의 냄새조차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이같은 좋은 기분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원예 활동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과학적으로도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 가꾸기는 불안과 우울 증상을 완화하고, 평온함·목적 의식·성취감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원예 치료(horticultural therapy)'라고 불리는 분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에이피통신>은 원예 치료사 의견들과 여러 연구를 제시하며 정원 가꾸기가 다양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 UCLA 익스텐션 롱비치 캠퍼스의 원예 치료 강사 카렌 헤이니는 원예 치료를 "치료적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식물과 정원을 활용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거주하는 원예 치료사 사라 톰슨은 "일주일에 몇 차례, 20~30분 정도 정원 가꾸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줄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정기적으로 할수록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톰슨은 단순히 자연 속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고 집중력이 회복될 수 있지만, "식물을 돌보고, 스스로 결정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단순한 야외 활동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의미와 만족감을 준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들, 신체·정신 건강 개선 결과 보여줘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원예 수업과 씨앗, 모종, 공동 정원 공간을 제공하고, 다른 쪽은 2년간 원예 활동을 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정원 가꾸기를 한 그룹은 더 강한 사회적 유대감, 낮은 스트레스 수준, 그리고 약 7%의 섬유질 섭취 증가를 보고했다. 이는 우울증,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암을 포함한 일부 신체적·정신적 질환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들은 주당 42분의 신체 활동 증가를 보고했는데, 정원을 가꾸지 않은 그룹에서는 그런 변화가 없었다.

2020년 영국 엑서터대와 왕립원예학회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정원 가꾸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 수준은 정원 가꾸지 않는 사람들보다 높았으며, 그 차이는 마치 부유한 지역 주민과 빈곤 지역 주민의 삶의 질 격차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톰슨은 원예 활동의 장점으로 마음챙김, 현재에 집중하는 힘, 성취감을 꼽으며 "또한 원예는 공간이나 나이, 신체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았다. 이어 "햇볕을 받으면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고, 흙과의 접촉은 기분을 좋게 하는 미생물 노출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