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침체 끝 시장 반등 조짐… 가격 상승률은 둔화, 매물은 팬데믹 이후 최대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가 7월 소폭 반등했다. 모기지 금리가 다소 하락하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시장에 나온 매물도 최근 5년 내 가장 많았던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7월 기존 주택 판매 건수가 전월 대비 2% 증가해 연율 기준 401만 건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이 예상한 392만 건을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0.8% 증가했다.

거래량 반등 속 가격 상승률 둔화… "임금이 집값보다 빨리 오른다"

NAR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중간 주택 판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2% 상승한 42만2400달러를 기록하며 2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승률은 2023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7월 기준 역대 최고가라는 점에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률이 주택 가격 상승률을 앞서고 있다"며 "구매자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주택시장은 2022년 이후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량이 급감하며 3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올해 봄에도 봄철 특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물은 2020년 이후 최대… 금리 완화에도 첫 구매자는 감소

판매는 늘었지만 첫 주택 구매자 비중은 줄었다. NAR에 따르면, 7월 기준 첫 구매자 비중은 28%로, 전달(30%)보다 감소했다. 이는 전통적인 평균인 4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주택 가격과 고금리 모두 이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비즈니스는 지난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6.58%로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고 전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택 구매 여건이 근본적으로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7월 말 기준 시장에 남아 있는 미판매 주택은 155만 채로, 이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는 전년 대비 15.7% 증가한 수치지만 팬데믹 이전 평균치인 200만 채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거래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7월에는 매물 한 채가 평균 28일간 시장에 머무른 후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24일)보다 늘어난 수치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 성사를 위해 판매자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마감 비용, 수리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7월 매물 중 20.6%가 가격을 인하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구매자에게 조금 더 유리한 시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