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묘기 사고에 차량 파손… “이건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지역사회 분노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올랜도에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대규모 자전거 행진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가 청소년 참가자의 위험한 묘기운전으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5일, 올랜도 컬리지파크의 엣지워터 드라이브에서 열린 행사 도중 청소년 두 명이 반대 차선에서 자전거 윌리(앞바퀴를 든 채 묘기 부림)를 하다 정차 중이던 스바루 차량을 들이받았다.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해당 장면은 행사 참가자 존 던롭이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으며, 차량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운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사이클리스트고 이 행사를 늘 지지해왔지만, 이건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행사 진행요원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하며 “이건 크리티컬 매스 올랜도 너희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킵 페달링 재단(Keep Pedaling Foundation)은 사고 직후 올랜도 크리티컬 매스와 공동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앞으로 윌리와 모든 묘기 운전은 전면 금지된다”며 “이 행사의 긍정적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시 당국과 협력해 행사 구조를 재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건 자전거 문화가 아니다"… 오래된 참가자들, 행사 외면

재단 공동 설립자 케론 톰프슨은 <올랜도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출발 전마다 참가자들에게 오른쪽 차선으로만 다닐 것, 두 바퀴를 땅에 붙일 것 등 안전수칙을 설명하지만 실제로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카일스 바이크 샵의 공동대표 카일 마르켈은 “사고가 반복되면서 내 친구들도 하나둘 빠져나갔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이 행사는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랜도 지역 자전거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참여해온 인물이다.

과거 행사 운영자 윌 베이커는 “위험 운전을 일삼는 일부 참가자들이 이 행사의 분위기를 망쳤다”며 운영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엔 문제 인원을 제지하며 행진을 멈추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공동체 의식조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 USA 투데이 >에 따르면, 크리티컬 매스는 199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 도시들로 확산된 자전거 문화 운동으로, 올랜도는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행사 중 하나였다.

마르켈은 “이건 단순한 행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 그 자체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시의 공식 협력? "허가 없이는 불가능"

킵 페달링 재단은 향후 시 당국 및 경찰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도 만만치 않다.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재단 측은 “보다 안전한 진행을 위해 시의 도움을 원한다”고 밝혔으나, 과거 여러 차례의 협력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올랜도 시 대변인 애슐리 파파그니는 “크리티컬 매스는 시에서 허가한 공식 행사도, 주최한 행사도 아니다”며 “도로를 점유하거나 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는 행사는 반드시 정식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올랜도 경찰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톰프슨은 “이 행사가 모두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지금은 책임 있는 행동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도 매달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면, 다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