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개원의사 비중 줄고 병원 소속 의사 늘며 환자·보험사 부담 커져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 병원이 민간 개원의사 진료소를 인수하면 분만 등 주요 진료비가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트라인오르그>(Stateline.org)는 지난 9일 전미경제연구소(NBER)와 미국의사협회(AMA)의 최근 연구를 분석해 민간 개원의사 비중이 줄고 병원 고용 의사가 늘면서 환자나 보험사의 부담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미국에서 병원 소속 의사 비율은 거의 2배로 늘었다. 반면 개원의사 비율은 급감했다. 연구진은 출산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했는데, 병원이 산부인과 진료소를 인수한 뒤 2년이 지나면 평균 분만 비용이 475달러, 의사 진료비가 502달러 인상됐다. 출산은 민간 보험 가입자 입원 사유 중 가장 흔한 분야이다.

개원의사 비중 42%…병원 소속 의사 47%

현재 개원의사 비율은 약 42%에 불과하다. 반면 병원 소속 의사는 47%로,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다. 응급실 의사의 경우 대부분이 병원 시스템이나 사모펀드 소유 인력 공급업체에 고용돼 있다.

연구 공동저자인 에모리대 경제학과 매튜 그레넌 교수는 "병원의 민간 진료소 인수는 경쟁을 저해해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독점 규제 당국이 이러한 잠재적 피해를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은 미국에서 의료비 부채는 주요 파산 원인 중 하나로, 약 1400만 명이 1000달러 이상 의료비를 빚지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미흡 속 일부 주는 대응

의료비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병원의 민간 진료소 인수에 따른 경쟁 감소이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한 연방·주 차원의 규제 노력은 미미하다.

다만 일부 주에서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 법안을 도입했다. 12개 이상 주의 초당파 의원들은 병원 소유 진료소 방문 시 부과되는 '시설 이용료(facility fee)'를 규제했다.

오클라호마주는 올해 병원에 주요 서비스 가격을 환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제정된 또 다른 오클라호마 법은 채무 수금업자가 환자 의료비를 청구하기 전에 병원이 가격 공개 규정을 준수했다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또 콜로라도주는 보험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보험료를 낮추지 못할 경우, 병원·의사 진료비를 특정 공식에 따라 제한한다. 몬태나·오리건주는 주 공무원 건강보험에 대해 병원과 의료진이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상한선으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