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평양 직항 노선 개설, 향후 수요 확대 가능성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러시아인의 북한 관광 수요가 최근 1년 반 사이 최대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폐쇄성과 이색적인 관광 콘텐츠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모스크바~평양 직항 노선 개설이 향후 관광 수요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관광산업연합(RST)에 따르면 여행사 보스톡 인투어(Vostok Intour)의 북한 관광 수요가 최근 급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회사 전체 기준으로 18개월 전보다 3배 증가했고, 모스크바 지점만 놓고 보면 5배나 뛰었다고 전했다.

보스톡 인투어 모스크바 지점장 이리나 케벨레바는 "북한은 관광지로서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며 특히 동해안 원산 리조트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광 제한이 여전하지만 이색적인 문화와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평양 직항 노선 27일 첫 개설

현재 러시아 관광객이 북한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고려항공의 블라디보스토크평양 노선(주 3회)뿐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노드윈드(Nordwind) 항공이 모스크바평양 직항편을 개설했다. RST는 해당 노선이 월 1회 운항 예정이어서 단기적으로 관광객 수요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6월 17일에는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국제철도 노선도 개통됐다. 그러나 철도와 항공편 모두 일반 예약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RST에 등록된 여행사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북한 관광을 위해서는 최소 1개월 전 비자를 신청해야 하며, 북한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러시아 관광산업연합은 "북한은 폐쇄적 국가이기 때문에 입국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며 "여행사와 충분히 협의해 안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북한 관광의 특수성이 오히려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아직 대규모 국제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 '미지의 여행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러시아 여행업계 관계자는 "북한 여행은 대중화되지 않았고, 여행자가 모든 것을 직접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 희소성이 크다"며 "일부 관광객은 이런 점을 매력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관광 수요 자극하는 북한의 특수성

북한은 최근 관광 산업을 외화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원산과 마식령 일대는 리조트 단지와 스키장을 중심으로 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외국인 전용 열차와 관광지 투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여행업계는 모스크바~평양 직항편 개설이 향후 수요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뉴욕타임스>는 기존에 대부분의 관광객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길었지만, 직항편이 정기적으로 운항되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월 1회라는 제한된 스케줄이 관광객 증가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러시아 여행사 관계자는 "관심 있는 고객이 늘고 있지만, 항공편이 적어 원하는 날짜에 출발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관광이 여전히 폐쇄적 성격이 강해 대중 관광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광객들은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하고 지정된 장소 외에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사진 촬영도 제한적이며 일정 대부분이 사전에 계획된 대로 진행된다.

<로이터통신>은 "북한 관광은 제한적이지만 러시아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