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의 히,스토리] 미국에서 발견된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원생 묘소... 유해 봉환 추진

(서울) 김종성 기자 =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독립운동가 안원생(安原生•안스미스)의 유해 봉환이 추진된다. 미국 애리조나주 선랜드 메모리얼파크에서 작년 말에 그의 묘소를 발견한 국가보훈부가 유해 봉환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3일 보도됐다.

안중근 의거 4년 전인 1905년 2월 27일 황해도 신천군에서 출생한 안원생은 러시아•중국•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다가 1982년 9월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안중근은 그에게 큰아버지가 된다. 안중근의 동생인 안정근이 그의 아버지다.

국가보훈부가 발간한 <독립유공자공훈록> 제5권 안원생 편은 그가 1925년에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전단지 배포와 시위에 참여하고, 1933년 이후로 흥사단과 임시정부 등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준다. 김구가 임시정부 주석일 때인 1944년 3월에는 주석판공실 비서로 근무했다.

김구는 큰아버지 안중근이 동학전쟁 때 충돌할 뻔했던 인물이다. 김구는 동학군이었고 안중근은 민병대였다. 악연으로 만난 사이지만, 무력충돌 직전에 극적으로 화해한 덕에 두 집안은 동맹관계가 됐다. 안원생이 김구의 비서로 활동하는 장면은 그런 인연을 떠올리게 한다.

안원생은 김구가 주도하는 한국광복군과 김원봉이 주도하는 조선의용대에도 참여했다. 안중근의 조카답게 무장투쟁에서도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는 에너지가 넘쳤다. 독립운동뿐 아니라 '운동'에서도 왕성했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축구선수였다.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선수였다. 상하이 임시정부를 무대로 독립운동을 했던 정정화(1900~1991)의 회고록인 <장강일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안원생은 안중근 의사의 동생인 정근의 장남으로 머리도 좋고 신체도 건강하여 상해에서 교통대학에 다닐 때 중국의 대표급 축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한국체육사학회지> 2023년 제28권 제2호에 실린 한국체육대 조준호 교수와 김병중 강사의 논문 '일제강점기 축구선수 안원생의 국제성 연구'는 1930년 전후에 중국 축구계가 안원생에 관해 "뛰어난 체력과 강한 근성을 가진 전방 공격수",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재능이 매우 뛰어난 선수"로 평가했다고 알려준다.

축구선수로서 그가 품었던 꿈

'축구선수 안원생'의 이름은 10대 시절부터 언론에 보도됐다. 그가 속한 상하이유학생축구단이 한국 내지를 방문해 순회경기를 한다는 보도가 1922년 7월 25일 자 <동아일보> 기사 '상해학생축구단'에 실렸다.

이 기사는 "상해에 잇는 조선류학생운동단이 조선 내디를 방문한다 함은 임의 보도한 바어니와, 그 일행은 전부 열일곱 사람"이라고 한 뒤 선수 중 한 명으로 "안원생(월암내스드대학)"을 소개했다. 3•1운동 2년 전인 1917년에 상하이로 이주해 윌리엄대학에 재학 중인 17세의 안원생이 축구선수가 되어 고국 무대를 밟았던 것이다.

정정화는 안원생이 "중국의 대표급 축구선수"였다고 소개했다. 안원생은 대표'급'에 그치지 않고 실제의 국가대표로도 활약됐다. 중국 국적이 없는데도 그는 중국대표팀으로 선발됐다. 위의 <한국체육사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그의 국가대표팀 경기 출전은 최소 21회다.

1929년 7월에는 중국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 팀은 2승 1무를 거뒀다. 1930년 7월에는 중국아마추어축구팀의 일원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이 팀이 치른 경기는 18회다.

안원생의 해외원정은 당시로서는 꽤 화려한 편이다. 1922년에는 상해유학생축구단과 함께 고국을 방문해 부산•마산•대구•서울을 돌았고, 이 팀의 주전급이 된 뒤인 1926년 7월에도 고국을 방문했다.

1928년 1월에는 정정화가 언급한 교통대학축구팀의 일원이 되어 오사카•도쿄에 가서 4승 1무 2패를 거뒀다. 동년 9월에는 상해낙화축구팀 선수로 필리핀을 방문해 4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그의 국제 원정은 많았다.

축구선수로서 그가 품었던 꿈이 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18경기를 소화한 1930년에 그런 기회가 있었다. 위 논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원정 경비를 지원한 곳은 영국체육회다. 이 원정이 끝난 뒤 유럽 순회경기를 하면서 영국 무대를 밟는 것이 중국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무산됐다. 논문의 설명은 이렇다.

"그가 소속된 중국아마추어축구대표팀은 프랑스의 마르세유항에 도착, 프랑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을 방문하여 경기를 갖기로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꿈인 축구 종주국 영국과의 유럽 원정 경기는 실현되지 못했다."

중국대표팀의 유럽 원정이 성사된 것은 6년 뒤인 1936년이다. 안원생이 대학팀 코치로 활동할 때의 일이다.

독립운동과 스포츠 양쪽에서 맹렬히 살았던 안원생

축구선수 시절에 영국과 경기를 하지 못한 안원생은 독립운동 무대에서는 영국과 함께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한국광복군과 영국군이 연합해 인도•미얀마 지구에서 활동할 때의 일이다. 국가보훈부가 발간한 <독립운동사 제6권: 독립군전투사(하)>는 그때 일을 이렇게 설명하다.

"1943년 9월 하순, 한•영 군사합작에 의하여 인(印)•면(緬)지구에 광복군 공작대가 출진한 때를 전후하여 영국대사관 부관처의 요청으로 한국에 관계된 일체의 첩보를 수집•분석•평가하는 정보 업무를 담당(할) 요원으로 광복군 총사령부에서는 영국•중국어에 능통한 권일중•안원생•안미생 등 수 명을 영국대사관 정보처에 파견하여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안원생은 미군과도 합작했다. 1944년 말에는 주중미국대사관 한국인 공작반에서 정보 업무를 취급했다. 스포츠와 독립운동 양쪽에서 열정을 다했던 것이다.

해방 뒤 대한축구협회에 몸 담았던 안원생은 그 뒤 미국으로 이주했다. 위 논문은 "60세를 전후해서 그는 워싱턴의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였다"고 한 뒤 "미국 USIS, 미 국무성 직원 등을 역임"했다고 기술한다. 영국대사관과 미국대사관에서 정보 업무를 다룬 경력이 미국공보원(USIS) 등의 근무에도 유용했으리라 볼 수 있다.

독립운동가 안정근을 아버지로 두고 안중근을 큰아버지로 둔 안원생은 독립운동과 축구 양쪽에서 글로벌한 이력을 남겼다. 축구선수로서 아시아 무대를 누볐고 독립운동가로서 미군•영국군과 공조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는 삶이었다.

보훈부가 운영하는 공훈전자사료관 홈페이지의 '안원생 독립유공자 공적 정보'에는 "후손 확인이 필요한 독립유공자입니다", "해당 유공자는 묘소 위치 확인이 필요한 독립유공자입니다"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그동안 후손과 묘소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중에서 묘소는 작년에 확인됐다. 유해 봉환 추진을 계기로 독립운동과 스포츠 양쪽에서 맹렬히 살았던 안원생의 삶이 좀 더 많이 조명되리라 기대해 본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