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서 장기 적출 직전에 환자 움직임 발견된 사건 발생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미국 정부가 최근 장기 이식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고 지난 22일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연방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장기 기증 과정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장기를 적출할 뻔한 사건이 드러난 후이다.

매체에 따르면 2021년 켄터키의 한 병원에서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입원한 남성 환자가 의식을 되찾을 조짐을 보였음에도, 장기 기증을 위해 생명유지장치 철거가 추진됐다. 해당 수술은 환자가 수술실로 이송 중 움직이고 신음하는 모습을 의료진이 발견하면서 중단되었고, 환자는 이후 생존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가을 제기된 고발을 계기로 연방 조사에 들어갔으며, 올해 3월 조사 결과가 마무리돼 이번 청문회 직전에 공개됐다.

조사 결과 켄터키 장기조달기구(OPO)는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재평가하지 않고 장기 회수 준비를 지속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대부분은 소규모 또는 농촌 지역 병원에서 발생한 사례로, 환자 사망 판정 경험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공화당 소속이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브렛 거스리 하원의원은 “장기 기증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제도인 만큼, 신뢰를 잃지 않도록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거스리 의원은 간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어머니 경험을 언급하며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장기 기증자로 등록된 상태"라고 말했다.

장기 기증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기증 절차는 안전하고 적절하게 진행되며, 매년 수만 명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자의 생명 종료 여부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병원과 OPO 간의 역할과 협업 절차를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장기 기증 과정과 시스템 구조는?

매체는 장기 기증 과정과 시스템 구조를 소개하며 이번 논란은 장기 기증의 윤리성과 투명성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며, 시스템 전반의 신뢰 회복과 규정 정비를 위한 실질적 개편을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장기 이식 시스템은 병원, 55개 지역 장기조달기구(OPO), 이식 센터,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두 개의 연방 기관(보건자원서비스국 HRSA,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 CMS)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뇌사나 심장정지로 사망한 환자만이 장기 기증 대상이 되며, 대부분 병원 사망자는 장례식장으로 곧바로 이송되기 때문에 실제 기증 가능성은 전체 사망자의 약 1% 수준이다.

장기 적출 전에는 반드시 사망 판정이 내려져야 하며, OPO는 법적으로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 기준이 명확히 지켜지지 않았거나, 해석이 불분명했던 사례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매체는 전했다.

HRSA는 지난 5월 조용히 켄터키 OPO에 개선 명령을 내렸고, 향후 전국적으로 ‘누구든 환자 상태에 우려가 있을 경우 장기 기증 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재평가할 수 있다’는 새로운 지침을 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보호자, 병원 의료진, OPO 직원 모두가 포함된다.

HRSA 소속 레이먼드 린치 박사는 “기증 과정은 매우 정교한 의료 협력의 산물”이라며, OPO와 병원 간의 정보 공유와 판단 기준이 훨씬 명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켄터키의 네트워크 포 호프 대표 배리 마사도 “이번 사건 이후, 모든 병원 의사와 간호사에게 기증 중단 요령이 담긴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익명 제보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