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대치 끝 강제 집행 포기"…수사 장기화•정치적 파장 부르나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속옷만 입은 채 체포를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외신들은 윤 전 대통령의 강한 저항이 수사팀의 강제 집행을 무산시켰으며, 향후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겉옷을 벗고 민소매 상의와 팬티만 입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며 "특수수사팀은 윤 전 대통령을 안전하게 제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물리력 사용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AP는 이어 "대치 상황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수사팀은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역시 "윤 전 대통령은 바닥에 드러누워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수사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는 체포 집행을 방해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부상 위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제방송 RFI는 "윤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지급된 팬티와 민소매 상의만 입은 채 조사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특수수사팀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력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강제 집행을 중단했다"고 분석했다.

두 차례 조사 요구 거부도 확인... 정치적 파장 가져올 듯

윤 전 대통령은 체포 시도 전 두 차례의 조사 요구에도 불응했다. CBS는 AP를 인용해 "그는 두 번의 소환 요구를 거부했으며, 이번 체포 시도에서도 강하게 저항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수사팀은 윤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확보하려 했지만 그는 수의조차 입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와 체포를 거부했다"며 "체포 불발로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체포 불발은 윤 전 대통령의 전략적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체포에 실패한 수사팀은 법적 절차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강한 저항으로 향후 강제 구인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 음모와 선거 개입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특수수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전직 참모들과 함께 국가 비상 상황을 빌미로 군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압하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또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지원했는지 여부도 수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체포 불발로 수사팀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AP는 "체포에 실패하면서 수사팀은 추가 법적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RFI도 "윤 전 대통령의 저항은 한국 정치와 법 집행에 커다란 시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적•정치적 갈림길에 선 수사팀"

전문가들은 수사팀이 법적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과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물리적 강제력 행사가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체포 불발을 넘어 정치•법적 파장을 불러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SCMP에 "구치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조차 전직 대통령이 강하게 저항할 경우 물리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