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수업 아이디어부터 학부모 소통까지

(올랜도=최정희 기자) 미국 전역의 교사들이 인공지능(AI)을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에 활용하면서 교육 현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에이피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 공립학교 교사의 60%가 지난 학년도에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텍사스 댈러스의 이중언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아나 세풀베다 교사의 사례를 우선 전했다. 세플베다는 6학년 수업을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축구와 기하학을 접목한 수업을 구상했다. 그는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기하학을 쉽게 설명하고 싶었다"며 챗지피티(챗GPT)에 도움을 요청했고, 몇 초 만에 '축구 속의 기하학'이라는 주제의 5쪽짜리 수업안을 받았다. 해당 수업안은 축구장의 도형과 각도, 경기장 디자인 등에 기하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뤘으며, 학생들에게 자와 각도기를 이용해 자신만의 축구장을 설계해보게 했다.

세풀베다는 "AI는 나에게 게임 체인저(판도 변화)였다"며 "수업 준비, 학부모 소통, 학생 참여 증진 등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어 번역에도 챗GPT를 활용한다.

갤럽과 월튼 패밀리 재단이 4월 미국 전역의 교사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고등학교 교사와 경력 초기 교사들 사이에서 AI 도구 사용률이 특히 높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조사에서 매주 AI를 사용하는 교사들은 주당 평균 6시간을 절약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갤럽의 앤드레아 말렉 애쉬 연구원은 "이는 교사들의 번아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술의 오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가운데, 일부 주에서는 교사들이 AI를 효과적이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약 24개 주가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실제 적용 수준은 지역과 학교마다 다르다고 플로리다대 마야 이스라엘 교수는 지적했다.

이스라엘 교수는 "AI가 교사의 판단력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객관식 채점 등 단순한 업무에는 AI가 효과적이지만, 에세이 등에서 세부적인 판단이 필요한 채점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업 질 향상·업무 효율에 긍정적... 남용 우려 속 '선택적 활용' 강조

매체에 따르면 AI 도구를 사용하는 교사 80%는 문제지나 평가자료 제작, 행정 업무 등에서 시간을 절약한다고 답했고, 60%는 학생 피드백이나 학습자료 수정의 질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휴스턴 인근의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매리 매카시는 "AI 덕분에 수업뿐 아니라 나의 주말의 삶도 바뀌었다"며 "업무-삶의 균형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에서 받은 AI 도구 활용 교육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기술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AI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면 아이들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며 "어른으로서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챗GPT가 처음 출시된 2022년 말 이후 AI에 대한 교육계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초기에 AI 사용을 금지했던 학교들도 현재는 수업에 통합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AI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비판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콜로라도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 대런 바켓은 "문법 오류가 없고 지나치게 복잡한 표현이 많은 글은 AI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도 수업안 작성이나 채점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 교외의 중학교 미술 교사 린지 존슨은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학교에서 검토한 AI 도구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창의적인 작업을 마친 후에만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존슨은 "내 목표는 다양한 도구의 존재를 알리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일부 학생들은 AI 도움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