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유지·수리비가 가장 큰 부담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주택 구입은 단발성 지출이 아닌 지속적인 비용 부담의 시작이다. 모기지 상환 외에도 관리비, 세금, 보험, 예기치 못한 수리비 등 다양한 지출 항목이 주택 소유자의 어깨를 짓누른다.

최근 미국 부동산 플랫폼 '뱅크레이트닷컴'은 주택을 소유할 계획이거나 이미 소유 중이라면, 정기 비용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수리비용까지 감안한 세심한 예산 관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미국 주택 소유자는 모기지 외에도 연 평균 2만4529달러, 월 2044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지출이라면 잔디 깎기, 외벽 도장, 창문 청소 등 주택의 외관을 관리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하수구 청소, 해충 방지, 냉난방 설비 교체, 배관 또는 지붕 수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지보수 비용이 오히려 더 크고 예측이 어렵다.

뱅크레이트 조사에서 주택 구매를 후회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항목(40%)이 바로 "예상보다 많은 유지·보수 및 기타 숨겨진 비용"이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치를 기준으로 매년 유지비 예산을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집값의 14%를 매년 정기 유지비로 저축할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37만5000달러라면 연간 약 3750달러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HOA 회비, 보험, 세금 등은 정기 비용

공동주택이나 커뮤니티 내 거주자는 HOA(주택소유자협회) 회비도 부담해야 한다. 전국 회비 평균은 월 243달러(연 2916달러)지만, 지역에 따라 수천 달러의 특별부과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택 보험도 필수다. 보험료는 주택 가치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며, 평균적으로 연간 약 2000달러 이상이다. 특히 자연재해가 빈번한 지역은 보험료가 급증하는 추세다.

재산세는 지역별 공시지가와 세율에 따라 달라지며, 전국 중간치는 연간 3057달러다. 모기지에 포함해 월납으로 납부하는 경우도 많다.

2024년 미국 주택 소유자의 83%가 예기치 못한 수리비를 겪었다. 이는 전년도(36%)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요 원인은 누수, 지붕 손상, 창문 파손 등이다. 이를 대비해 비상 예산 계좌나 비상 자금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주택 자산(홈에퀴티)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홈에퀴티 대출, HELOC(신용대출), 현금 재융자, 리버스 모기지 등이다. 특히 고금리 개인 대출이나 카드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주택 수리가 장기적으로는 리모델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주방, 욕실 등의 보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주택 가치를 높여 투자 대비 효과가 클 수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 자료 기준으로 2025년 리모델링 비용의 절반 이상(54%)이 홈에퀴티 대출 또는 신용 한도를 통해 조달됐다.

한편, 주택 가격이 오르고 금리도 높은 상황에서 많은 미국인은 이사 대신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