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시대별곡] 전작권 맥아더에게 넘기고, 북진 계획 추진한 이승만에게 일어난 일

(서울=김종성 기자)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가,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부터 전작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에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 7일(미국 시각)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난 뒤로는 이 자리에서 통상·안보와 더불어 전작권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보도됐다. 위성락 실장은 전작권에 관한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재명 정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상 카드로 전작권 전환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라고 쓴 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단언했다. "이를 관세협상과 결부시킨다면 안보동맹의 기초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찬반이 아니라 졸속으로 전작권 전환 추진 시 뒤따를 가능성이 큰 주한미군 철수의 찬반을 국민들께 물어야 합니다"라고 썼다.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전작권 환수의 결과로 주한미군 철수가 이어질 것이므로 '전작권 환수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찬반'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작권 넘겨준 이승만이 겪었던 불편

한국은 세계 5위 정도의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가 실전용보다는 위협용으로 기능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어느 국가도 무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핵무기가 아닌 미사일과 드론이 전세를 좌우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에 교전을 벌인 파키스탄과 인도는 쌍방의 핵능력을 무시한 채 재래식 전력으로 상호 응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들어 방공망 구축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한국이 보유한 재래식 군사력의 유용성을 보여준다. 이만한 군사강국이 외국군의 지휘를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작권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위험할 뿐 아니라 성가시기까지 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한 인물은 이승만 대통령이다. 1950년 7월 14일에 전작권(당시에는 작전지휘권)을 맥아더 사령관에게 넘겨준 그는 이 일로 인해 상당한 불편과 위험을 겪었다.

인천상륙작전이 개시된 다음 날인 1950년 9월 16일 낙동강 전선에서부터 총반격이 개시되고 그달 28일 서울이 수복됐다. 그런 뒤 국군은 38선 부근에서 잠시 정지했다. 38선 이북을 향한 북진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때문이었다. 유엔군의 이름으로 참전한 미군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겼기 때문에 한국군은 유엔 결의를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국군이 38선 인근에서 멈춘 이 시점에 이승만과 육군 지휘부의 회합이 있었다. <정일권 회고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정일권 육군참모총장에게 "정 총장은 어느 쪽인가, 미군 쪽인가?"라고 질문했다. 자신과 미군 중 누구의 명령을 따를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그런 뒤 이승만은 참모총장을 비롯한 인사국장·정보국장·작전국장·군수국장·헌병사령관에게 "여러분, 38선에 도달한 우리 국군에게 어째서 북진하라는 명령을 하지 않소?"라고 질책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이승만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각하의 명령이라면 국군은 언제라도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8선은 이미 북괴군이 남침하면서 없어졌으므로 우리 국군만이 지켜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등등의 발언을 했다.

이승만의 기분이 좋아지고 그 얼굴에 미소가 생긴 직후, 찬물을 끼얹는 인물이 있었다. 만주국군 경리장교 출신인 군수국장 양국진 대령이었다. 위 회고록에 따르면, 양국진은 "각하, 좀 더 신중히 검토한 다음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건의했다. "그건 무슨 뜻인가?"라고 묻자 "작전지휘권이 유엔군에 위임된 만큼"이라며 그는 말을 흐렸다. 이승만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그러나 이승만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책상으로 돌아가 종이 한 장을 집어 들더니, "이것은 나의 결심이고 나의 명령이오"라며 정일권에게 건네줬다. "명령, 국군은 즉각 북진하라"가 적힌 종이였다.

육군 지도부는 그 명령서만으로는 38선을 돌파할 수 없었다. 이승만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그냥 받아 들고 나왔을 뿐이다. 정일권과 지휘부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의 명령을 이행했다. '동해안 쪽 38선 인근 지역인 기사문리에서 이남을 향한 사격이 가해지고 있으니 38선을 넘어 그곳을 제압한 후 복귀하겠다'고 미군을 설득해 승인을 받은 뒤 38선을 돌파했다. 국군은 그대로 북진을 계속했고, 미군은 유엔 결의안이 수정된 지 이틀 뒤인 10월 9일에 북진을 개시했다.

이승만이 남긴 교훈

이승만은 작전지휘권을 넘긴 일로 인해 군사상의 불편을 겪었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뻔했던 일까지 경험했다. 조속한 휴전을 희망하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북진 계획을 추진한 일이 그를 그런 상황에 빠트렸다.

전쟁 막판인 1953년 4월 24일, 이승만은 양유찬 주미대사를 통해 단독북진 계획을 미국에 전달했다. 미군의 작전지휘권을 무시하고 북진통일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이승만 제거 계획' 착수였다.

1995년 3월 23일 자 <경향신문> 기사인 '서울-워싱턴 비화 50년: 제12회 이승만 제거 계획'은 이런 계획이 전쟁 중에 여러 번 시도됐다면서 1953년 4월의 일을 설명한다. 기사는 "이틀 후인 4월 26일, 유엔군사령관 클라크는 본국 정부에 이승만이 유엔군 통제를 벗어나 단독행동을 하는 경우 이승만의 보호감금과 임시정부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고 기술한다.

위 기사는 "클라크는 이 임무를 미 8군사령관 테일러에게 지시했다"고 알려준다. 그런 뒤 '에버레디 계획(Everready Plan)'으로 명명된 이 계획의 구체적 방침을 이렇게 요약한다.

1. 한국 육참총장을 불러 유엔군 명령의 실천을 보장하라고 요구,
2. 반항하는 지휘관은 미 8군 사령관에 충성하는 사령관으로 교체.
3.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한국군에게 연료·탄약 지원 중단.
4. 한국 대통령에게 유엔군사령관 명령을 준수할 것을 요구.
5. 반항하는 군사·민간 지도자를 구금.
6. 유엔군 이름으로 군사정부를 공포.

이승만이 미군의 작전지휘권을 무시하고 북진을 강행했다면, 그가 제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2의 미군정이 실시될 수도 있었다. 작전지휘권으로 인한 양국의 불협화음이 이승만의 신변은 물론이고 한국의 주권까지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이승만은 한국군 지휘권을 미국에 넘겨준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전작권 이양으로 인한 위험과 불편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었다. 그는 전작권을 외국에 넘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생생히 보여준 인물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