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로 외국인 노동자 이탈…노인돌봄 산업 전반에 충격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 내 요양시설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화로 인해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외국 출신 노동자에 크게 의존해온 이들 시설은 이미 일손 부족에 시달려왔으며, 최근 들어 합법적 체류 자격을 박탈당한 직원들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에서 3개 요양원을 운영하는 A.G. 로즈의 CEO 디크 카토는 "지금 우리는 완전히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전체 직원 3분의 1이 약 30개국 출신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력 파이프라인이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토는 임시보호신분(TPS)을 상실한 직원 8명이 조만간 퇴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PS는 모국의 내전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미국에 임시 체류 중인 이들에게 부여되는 신분이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베네수엘라, 아이티 등 12개국 출신에게 확대 적용됐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줄이고 있다.

TPS 상실 인력은 전체 500명 중 소수지만, 카토는 "그들을 대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이민자인 그는 "오늘은 8명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미국 전체 민간 노동자의 약 5분의 1이 외국 출신이며, 간병 분야에서는 특히 외국인 비중이 높다. 비영리단체 PHI는 미국 내 간병보조원, 가정간호사, 개인돌보미 등 약 400만 명 중 4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라고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노인요양시설 단체인 리딩에이지(LeadingAge)의 CEO 케이티 스미스 슬로운은 "이민 혼란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시설은 신분에 문제가 없는 직원들마저 단속을 우려해 출근을 포기했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슬로운은 "그야말로 배에 주먹질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간병 외에도 주방·청소·보조인력 구인난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튼의 '시나이 레지던스' CEO 레이철 블럼버그는 최근 인도적 사유로 체류 중이던 직원 10명을 잃었고, 곧 아이티 출신 TPS 인력 30명도 퇴사 예정이다. 그는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가족의 추방을 우려한 자발적 퇴직이 더 늘 것이라 내다봤다.

블럼버그는 급히 급여와 추천 보너스를 인상했지만, 식당 종업원부터 유지보수 인력까지 대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불행히도 미국인은 우리가 가진 직종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PHI에 따르면 간병직은 여성과 소수인종 비율이 높으며, 2023년 평균 시급은 16.72달러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요양시설에서는 대규모 퇴직이 발생했고, 일부 시설은 최근에서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인력이 회복되고 있던 중이었다고 AP는 전했다.

뉴욕주 뉴로셸의 '유나이티드 히브루' 마크 산체스 운영총괄은 외국 간호사 비자 승인 지연으로 인해 미국 대신 캐나다나 독일로 향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줄만 서면 됐는데, 지금은 줄이 세 겹, 네 겹"이라며 "이젠 미국 대신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국가로 가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위스콘신주의 리딩에이지 관계자 로빈 볼첸버그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소말리아 등에서 온 난민들이 요양시설의 인력난을 해결해줬지만,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난민 수용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채용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정착률 90%가 넘던 성공 사례가 이제 완전히 중단됐다"고 전했다.

주니퍼 커뮤니티 설립자 린 캐트먼은 "노인 돌봄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며, "이 일은 고되고, 보수가 가장 높은 직종도 아니지만, 많은 이민자들은 이 일을 고귀한 소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장기요양시설 업계는 인력 충원과 유지를 위해 병원·식당·소매점 등과도 경쟁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평균 요양시설의 연간 이직률은 50%에 이르며, 한 명 한 명의 직원이 생존의 열쇠가 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