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스코프스 원숭이 재판' 이후 종교와 공교육 충돌 지속


(올랜도) 최정희 기자 = 1925년 미국 테네시주 데이톤에서 고등학교 생물 교사 존 T. 스코프스가 인간 진화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이른바 '원숭이 재판'으로 불린 이 재판은 단순한 지방 소송이 아닌 전국적인 문화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스코프스는 당시 테네시주의 '버틀러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법은 성경에 따른 인간 창조 이야기를 부정하는 어떤 이론도 가르치는 것을 금지했다.

'원숭이 재판' 이후 100년이 흘렀지만 미국 사회는 교실에서 종교의 자리를 놓고 여전히 씨름하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매체는 현재 종교와 교육 사이의 갈등과 미국 공교육 내 종교의 역할을 두고 이어온 논쟁을 전했다.

. 연방 대법원이 보수 성향으로 기울면서, 기독교 등 특정 종교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교육에 더 깊이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우선 연방 대법원이 최근 몇 년 사이 우경화되면서 종교 관련 사안에서 보수 성향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 학교에 공적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 LGBTQ+ 관련 수업에서 부모에게 종교적 면제를 인정한 판례 등이 대표적이다. 기독교 등 특정 종교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교육에 더 깊이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텍사스,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보수 성향의 주에서는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은 "종교와 국가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 소송을 제기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 '텍사스 밸류스'는 십계명 법을 옹호하며 "다른 가치가 교실에서 공유된다면, 십계명도 마찬가지로 공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CLU의 다니엘 마치 국장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공립학교를 통해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정교분리 원칙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라고 맞섰다.

매체는 이들 논쟁의 뿌리는 스코프스 재판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00년이 지났지만 같은 질문이 여전히 미국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고 전했다. 1925년 '원숭이 재판'에서 스코프스를 기소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뉴욕타임스에 "성경을 가르칠 수 없다면, 기독교 세금 납세자들은 성경을 부정하는 이론이 가르쳐지는 것을 왜 허용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 사이의 균형점은?

한편 조지워싱턴대 법대 교수로 미국 종교법 전문가인 로버트 터틀은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공립학교에 종교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백인 기독교인들이 정치와 문화에서의 주도권을 세속주의나 다문화주의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버펄로대 수전 로젠블리스 교수는 "한쪽은 종교의 자유를 외치고, 다른 쪽은 정교분리의 헌법 원칙을 강조한다. 결국 같은 사안을 두고도 해석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로젠블리스는 "우리는 여전히 다원적 민주주의(pluralist democracy) 국가이며, 서로를 더 진지하게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1925년 스코프스는 법정에서는 졌지만 공론의 장에서는 진화론과 과학 교육의 정당성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어 1960년 학교 내 기도 금지 판결, 1980년 켄터키 십계명 법 폐지 판결 등이 이어졌다.

매체는 '원숭이 재판'이 촉발한 논쟁들은 미국 헌법의 핵심 가치인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 사이의 균형을 끊임없이 시험해 왔으며, 미국은 지금도 그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