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연재해 중 가장 큰 보장 공백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는 계절과 지역을 따라 자연재해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주택과 사업체는 보험을 구입하지만 막상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 많은 부동산 소유주들을 충격을 받는다고 <에이피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보험이 실제로 보장하는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좁기 때문이 이유이다.

일반적인 주택 보험은 화재나 강풍 피해는 보장하지만, 홍수나 지진 피해는 대부분 별도의 전용 보험이 필요하다. 보험 가입자들은 보장이 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재난이 닥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홍수 보험, 대부분 '의무 가입자'만 보유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는 경우, 해당 지역이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면 홍수 보험 가입이 의무다. 민간 은행들도 고위험 지역에서는 보험 가입을 요구한다. 하지만 민간 보험사들은 대부분 홍수 보험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FEMA가 운영하는 '국가홍수보험프로그램(NFIP)'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처다.

매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50년 전, 민간 보험사들이 고위험 지역에서의 보험 판매를 중단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 의회가 만든 것이다. FEMA는 온라인 지도 도구를 제공해 주택이 홍수 고위험 지역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FEMA 기준으로 '1% 확률의 홍수 위험'도 고위험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30년 모기지 기간 동안 4분의 1 확률로 홍수가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문제는 보험이 의무가 아닌 경우다. 모기지를 다 갚았거나, 주택을 현금으로 구매한 사람들은 법적으로 보험 가입 의무가 없기 때문에 보험 없이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일반 가구 역시 "우리 집은 괜찮겠지"라는 기대감에 보험 가입을 미루지만,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험정보연구소(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 마크 프리드랜더 대변인은 "미국 가정의 약 6%만이 홍수 보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허리케인 위험이 높은 해안 지역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수 보험의 부족은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 공백이며, 전체 자연재해의 90%가 홍수와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홍수 보험 보유해도 보장에 한계 있다 한계

매체 정보에 따르면 NFIP를 통해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그 보장 한도는 비교적 낮다. 단독주택은 최대 25만 달러, 내부 자산은 10만 달러까지 보장된다. 임대인의 경우 자산만 최대 10만 달러까지 가능하고, 상업용 건물은 최대 50만 달러까지 보장된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허리케인과 폭우가 강력해지는 추세에서 이 정도 보장금액으로는 실제 손해를 메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홍수 보험이 없는 경우, 주택 보험으로 일부 보상을 받으려 해도 보험사와의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피해가 강풍 때문인지, 폭우 때문인지, 혹은 '강풍에 의해 밀려 들어온 빗물(wind-driven rain)'인지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돈 혼스타인 보험법 교수는 "바람과 물 사이에는 기술적으로 명확한 경계가 있지만, 일반인이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동시에 바람과 홍수로 파괴된 경우라면, 민간 보험은 보장하지 않는다"며 "애매한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