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조국의 시련,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서울=오마이뉴스) 박찬운 기자(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며칠 전, 평소 존경하는 한 지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박 교수, 조국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공론장에 올려야 할 텐데, 다들 어려워하네요."

그 순간 이후 그 말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그 침묵을 깨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제가 그 일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제게는 여전히 조국 교수임)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청합니다.

저는 조국 교수가 검찰 수사로 온 가족이 풍비박산될 때, SNS를 통해 이른바 '조국론'을 여러 차례 써서 그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제가 조국 수사를 비판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는 그를 무결점의 영웅으로 찬양하지 않았습니다. 진보 성향이지만 허물이 있었고, 비판받을 지점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수사는 지나쳤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조차 자주 언급한 '수사의 비례 원칙'-형사처벌의 균형감각-에 반했습니다. 헌법적 관점으로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었습니다. 사람 얼굴을 한 대 때렸다고 살인미수로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런데 검찰은 그와 가족에게 그런 식의 칼을 들이댔습니다. 부인은 감옥에 갔고, 딸은 의사 면허뿐만 아니라 학력까지 부정당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한 가족 전체를 파멸로 내몬 '합법을 가장한 폭력'이었습니다. 그것을 어찌 정당한 수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편한 길 대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삶을 살아온 조국

저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지만 특정 정치 세력과 직접적인 연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조국 교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세월 그를 지켜봤지만 사적 친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그의 재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의 바람이 저의 바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조국의 꿈을 알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수렁에 빠진 그의 손을 잡아 끌어내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40년 가까이 그를 보면서 분명하게 느낀 게 있습니다. 그는 이 시대 어떤 지식인보다도 양심과 진보의 가치를 진지하게 추구해 온 인물입니다. 그가 만약 개인의 안위나 영달을 추구했다면, 자신의 배경과 학벌로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살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 그대로 '강남좌파'를 자처하며, 시대의 모순에 눈 감지 않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는 편한 길 대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 선택은 결국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의 적들이 그의 허물을 향해 화살을 쏘았고, 그것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조국 교수는 쓰러졌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가 서울대 교수직에서 쫓겨나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은 정치였습니다. 그것은 명예 회복의 수단이자, 젊은 시절부터 간직한 이상을 실현할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선택을 지지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국민이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는 역사 속의 '멸문지화의 지식인'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은 창당 불과 몇 개월 만에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예인선이 되었습니다. "3년은 너무 길다!" 그의 외침이 시작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정권은 무너졌습니다.

그는 쓰러졌지만 견뎌냈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의 정치 행보를 두고 일부는 '개인적 복수심'이라고 폄하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국회 발언을 들어보십시오. 특히 12.3 계엄 직후,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국무위원들을 노려보며 누구 하나 직을 걸고 계엄 선포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고 통렬히 꾸짖던 그를 보십시오. 저는 그 순간 확신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에 마침내 '정직한 근육'을 가진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을.

한때 저 역시 그를 SNS만 하는 폴리페서, 정치 근육 없는 백면서생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정치 무대에 선 조국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고, 강단과 비전을 갖춘 정치인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는 쓰러졌지만 견뎌냈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시련 속에서 단단한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조국을 필요로 합니다. 대한민국을 나라답게 만들기 위한 수많은 개혁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겪은 시련은 이제 충분합니다. 그에게 여전히 돌을 던질 사람이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의 힘 소속 정치인들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내란의 힘'이라는 조롱을 듣는 정당, 거짓말과 기득권의 온상인 그들이, 조국을 향해 도덕을 논한다면, 그것은 희극 중의 희극입니다.

그가 정치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오직 국민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는 다시 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기회를 준다면, 그는 이 나라의 정치를 바꿔낼 것입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단단해졌습니다. 그만한 고난의 서사를 가진 정치인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보기 힘듭니다. 그런 인물을 발로 차버린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큰 손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로,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그가 조속히 자유의 몸이 되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으로 우뚝 서길 바랍니다. 그가 이 나라 변화를 위한 불쏘시개, 개혁의 동력이 되길 소망합니다. 사면 이후의 정치는 국민이 결정할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하겠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