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공격-공습 교환 뒤 공개 중재— 정세는 여전히 불투명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3일(현지시간)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4일 자정(미 동부시간)부터 24시간 동안 단계적인 휴전이 시작되며, 양국은 6시간 안에 현재 진행 중인 작전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를 “12일 전쟁의 공식 종식”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은 모두 트럼프의 발표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확인을 내놓지 않았다. < AP통신 >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해당 휴전을 “트럼프가 주장한(trump-claimed) 휴전”이라 언급하며, 휴전 발표 시점에도 테헤란, 우르미아, 라슈트 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와 총리실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란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춘다면 우리도 멈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명확한 수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통화하며 중재에 나섰고, 부통령 JD 밴스와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등이 이란과 비공식 접촉 채널을 통해 협상을 시도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추가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조건부로 휴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포르도 공습에서 미사일 보복까지

이번 휴전 발표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본격화된 직후 나왔다. 6월 22일,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잠수함을 동원해 이란의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 작전은 ‘미드나이트 해머(Operation Midnight Hammer)’로 명명됐으며, GBU-57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과 토마호크 미사일이 투입됐다.

< CNN >과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방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공습은 성공적으로 수행됐으며,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6월 23일 카타르 주둔 미군 알우데이드 기지에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 14~19발을 발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중 대부분은 요격됐으며 민간 피해는 없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매우 약한 대응”이라 평가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 공격을 “자국 주권 및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 규탄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들도 공동 비난 성명을 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테헤란 시내 군사 상징시설 및 정치범 수용소인 에빈 감옥 등을 공습했다. <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은 ‘정권 탄압기구’와 ‘레짐 상징물’이었다. 이 감옥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며, 외국 국적자를 협상 카드로 수감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지만, 이란 내부 압박을 높이기 위한 심리전 성격의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전면 충돌 가능성도 여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이란이 향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나 사이버 공격, 비대칭 전력 활용 등의 전략적 수단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잔 메논 뉴욕 시티칼리지 교수는 “이란은 정권 붕괴는 원하지 않지만, 핵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가 출렁이자 글로벌 시장도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휴전 발표 이후 3% 이상 급락했고, 미국 S&P500 지수 선물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단 48시간 만에 전면전에서 휴전으로 급선회한 이례적 외교 사건”이라 평가하면서도 “이 휴전이 실제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은 정당한 이유 없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워싱턴 소재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액티비스트’는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 최소 950명, 이스라엘에서 2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미국 시민 약 250명을 이스라엘에서 긴급 대피시켰다고 발표했다. 약 70만 명의 미국 시민이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