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갤베스턴의 마지막 노예 해방 조치 기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6월 19일은 미국의 열한 번째 연방공휴일인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 이하 준틴스)'이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준틴스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공휴일 공식 명칭은 준틴스 내셔널 인디펜던스 데이(Juneteenth National Independence Day)이다.

6월(June 준)과 19일(nineteenth 나인틴스)가 합쳐져 만들어진 준틴스는 158년 전 텍사스에 있던 흑인 노예들이 해방된 날이다. 즉 준틴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 노예 해방 기념일이다.

이 날 학교, 은행, 우체국 등을 포함한 연방 기관들이 문을 닫는다. 플로리다주를 포함해 미국 각지의 지자체에서는 거리 축제, 야외 요리, 콘서트, 역사적 재현 등 크고 작은 행사로 준틴스를 기념한다.

공휴일 역사가 짧다보니 많은 이들이 이 날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중 처음 맞는 준틴스로, 연방정부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금지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정부 웹사이트에서 흑인 역사를 제거했으며, 일부 연방 기관에는 인종 관련 기념행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정치적 분위기 탓에 여러 지방 단체들이 계획한 거리 축제, 박람회,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제대로 치러질 지는 의문이다.

준틴스가 연방공휴일이 된 과정은 상당히 길다.

남북 전쟁 중이던 1863년 1월 1일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 해방을 선언했고, 전쟁은 1865년 4월 끝났다. 그러나 텍사스에서는 노예 해방 선언 이후 흑인 노예는의 수는 25만명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남북 전쟁에서 남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남부 지주들이 노예들을 몰고 대거 이주해온 탓이다. 또 로버트 리 남군 사령관이 북군에 항복한 후에도 텍사스주 남군 잔병들은 여전히 남아 저항했다.

1865년 6월 19일 고든 그레인저 장군은 2000명의 북부연합군을 이끌고 갤베스턴으로 진군했고, 노예들의 자유를 선언하는 명령을 내렸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한 지 2년여 만에, 그리고 남북 전쟁이 종식된 지 수개월 만에 이뤄진 노예 해방을 위한 마지막 조치였다.

1866년부터 치러진 기념행사는 초기에는 텍사스에서 교회 중심의 공동체 모임으로 이뤄졌고, 점차 남부 전역에 퍼지면서 음식 축제를 중심으로 상업화가 되기도 했다.

1980년 텍사스에서 준틴스를 공식 휴일로 제정한 것을 계기로 여러 주에서 이 날을 공휴일이나 기념일로 지정했으나 일반인들의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운동이 전미, 전 세계로 퍼지면서 준틴스는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의미와 중요성을 띠게 됐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에 의해 연방공휴일이 됐다.

준틴스 기념에서 희생을 뜻하는 '빨간색'은 중요

준틴스는 단순한 역사적 기념일을 넘어, 특별한 음식과 상징적인 장식으로 구성된 축제의 날이다. 축제의 핵심은 흑인 조상의 희생을 기리며,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있다.

준틴스 행사에서는 전통적으로 '범아프리카 깃발'이라 불리는 빨강·검정·초록 색상의 아프리카 해방 깃발이 사용돼 왔다. 빨간색은 노예 조상들의 피와 희생을, 검정은 흑인을, 초록은 아프리카 땅의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1997년 인권운동가 벤 헤이스가 만든 '준틴스 깃발'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국기와 같은 빨강·하양·파랑 색을 사용해 해방된 이들도 미국 시민임을 상징한다. 중심의 흰색 별은 준틴스의 발생지인 텍사스를 나타내며, 별을 둘러싼 흰 선은 자유의 확산을 의미한다.

준틴스 음식에서도 '빨간색'은 중심 요소다. 바비큐 요리(특히 갈비 등 붉은 고기), 수박, 레드벨벳 케이크 등이 자주 등장하며, 음료로는 과일 펀치나 붉은색 쿨에이드가 대표적이다. 이 빨간색은 조상들의 희생을 상기시키는 색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유통업체들이 준틴스 관련 용품, 티셔츠, 파티 장식 등을 판매하면서 준틴스가 상업화되는 흐름도 있다. 다만 올해는 정치적 분위기 때문인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당 제품들이 줄어들고, 온라인 판매 위주로 바뀌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