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환자 수천만 명, 기침·재채기·눈 가려움증 등 고통 겪어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알레르기 시즌이 시작되면 미국 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나무, 풀, 잡초 등에서 발생하는 꽃가루로 인해 콧물, 눈 가려움증, 기침, 재채기 등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받는다. 거주 지역, 알레르기 유발 물질, 생활 습관에 따라 증상의 심각도는 달라진다.

최근 <에이피통신>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미국의 알레르기 시즌이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더 길어지고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계절성 알레르기에 대한 치료제 역시 더 효과적으로 발전해왔다고도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식물의 성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꽃가루가 더 오래 공기 중에 머무르게 됐다. 이에 따라 알레르기 시즌도 점점 길고 심각해지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여러 지역에서 꽃가루 수치는 과거 수십 년간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애틀랜타 알레르기 천식 센터는 세제곱미터당 꽃가루 수치가 1만4000개를 넘긴 것으로 측정했다. 이는 '매우 높음'으로 분류되는 수치다.

미국 천식 및 알레르기 재단(Asthma and Allergy Foundation of America)은 매년 일반의약품 사용량, 꽃가루 농도, 알레르기 전문의 수 등을 종합해 알레르기 환자에게 가장 살기 힘든 도시 순위를 발표한다. 2025년 기준 상위 5개 도시는 캔자스주 위치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오클라호마시티, 털사, 테네시주 멤피스였다.

꽃가루 수치 확인하면 야외 활동 여부 결정에 도움

봄철에는 주로 나무에서 꽃가루가 발생하며, 이후 여름에는 풀, 늦여름부터 가을에는 잡초에서 꽃가루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나무 꽃가루로는 자작나무, 삼나무, 포플러, 단풍나무, 느릅나무, 참나무, 호두나무 등이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풀로는 버뮤다그래스, 존슨그래스, 호밀, 켄터키블루그래스 등이 있다.

요즘은 아이폰 날씨 알림에서 꽃가루 수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면 야외 활동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는 전국 측정소를 통해 꽃가루 수치를 수집하며, 공식 웹사이트나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꽃가루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

알레르기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꽃가루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날씨가 좋아도 집과 자동차 창문은 닫고 지내야 한다. 외출 시에는 긴소매 옷을 입어 피부에 꽃가루가 닿지 않도록 하고, 집에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해야 한다. 특히 머리카락에 남은 꽃가루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 머리를 감는 것이 좋으며, 어렵다면 외출 시 모자나 스카프로 머리를 덮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식염수로 눈과 코를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코로나19 시기에 사용하던 마스크도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 유용하다. 다만 마스크는 눈 증상에는 효과가 없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매체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일반의약품 비강 스프레이가 계절성 알레르기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사용법을 잘못 이해해 비강 내부를 자극하는 실수를 한다. 조지아 오거스타 대학의 알레르기 전문의 캐슬린 메이스 박사는 스프레이 노즐을 코 위쪽이 아닌 귀 방향으로 기울여 분사하라고 조언했다.

클라리틴, 알레그라, 지르텍과 같은 일반 알레르기 알약도 효과가 있지만, 복용 후 체내에 흡수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면역요법을 위해 알레르기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매체는 지역 꿀을 먹어 꽃가루에 몸을 익숙하게 만들자는 일부 SNS 루머나 유명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음을 지적했다. 오리건 건강과학대학의 샤얌 조시 박사는 "꿀벌이 수분하는 꽃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를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