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접종한 노인은 7년 내 치매 걸릴 위험이 20% 감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치매를 예방하는 백신은 없다. 그러나 이미 존재할 수도 있다. 대상포진을 막는 예방 접종이 노화하는 뇌도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에이피통신>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파스칼 겔트제처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80세 전후의 웨일스 주민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노인들이 7년 내 치매에 걸릴 위험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3일 의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겔트제처 박사는 "매우 강력한 연구 결과"라며 "특히 여성들에게서 더 큰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위험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50세 이상 성인에게 기존 백신보다 효과가 뛰어난 최신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 접종을 고려할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는 셈이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안슛츠 의과대학의 마리아 나겔 박사는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치매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제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학교 의사이자 건강 경제학자인 아누팜 제나는 논평에서 "치매가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상포진이란 무엇일까. 대상포진 영어 명칭인 '슁글(shingles)은 '벨트' 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대상포진의 물집이 띠를 이루며 생기기 때문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 라는 수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1980년 이전 출생자 대부분은 어릴 때 수두를 앓았으며,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신경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재활성화해 발병한다. 이때 피부에 물집과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대상포진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1명은 대상포진을 겪는다. 대개 회복되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특히 눈을 감염시키면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고, 환자의 20%는 대상포진이 사라진 후에도 몇 달에서 몇 년간 극심한 신경통을 겪는다.

대상포진 일으키는 헤르페스 계열 바이러스가 치매 위험 높일 수 있어

치매는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계에 침투하는 특정 바이러스들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처럼 헤르페스 계열 바이러스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그러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률도 높아 대상포진 백신이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하는지 증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겔트제처 박사는 웨일스에서 2013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80세 이상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79세 이하는 접종할 수 있었던 점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28만 명 이상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자들이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당시 사용된 백신은 '조스타박스(Zostavax)'였으며, 현재는 보다 효과적인 '싱그릭스(Shingrix)'가 사용되고 있다. 다른 연구팀은 싱그릭스가 비슷한 효과를 가질 가능성을 보고한 바 있으며, 백신 제조사 GSK는 영국 보건 당국과 협력해 접종자의 인지 건강을 추적하는 연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겔트제처 박사는 조스타박스와 싱그릭스 간 효과 차이를 추가 연구할 계획이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어떻게 하나?

싱그릭스 백신은 2회 접종하며, 몇 달 간격으로 맞아야 한다. CDC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접종을 권장하며, 면역력이 약한 경우 50세 미만도 맞을 수 있다. 과거 조스타박스를 맞았던 사람도 싱그릭스 접종이 권장된다.

현재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은 40% 미만으로, 아직 많은 사람들이 대상포진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환자 중 절반 정도는 처음부터 띠 모양의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통증이나 화끈거림을 겪게 된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3~5일간, 길게는 10일까지 물집이나 반점없이 통증만 느낀다.

통증이 심한 경우 칼로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숨쉬기 조차 어려워 하거나 팔다리가 저리며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통증은 가슴>허리>팔>얼굴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허리가 아프면 요통으로 착각하기도 쉽다. 디스크를 앓았던 사람은 디스크 재발로 오해하기 쉽다. 조기진단이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몸의 어느 한 쪽에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몸 양쪽에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편 치매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활발히 교류하고,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또한 고혈압과 당뇨병을 잘 관리하는 것도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인터넷 건강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