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롱코비드 치료 기피, 환자는 의료계 불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롱코비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불안은 자연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쪽집게'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없는 의사들 역시 답답할 뿐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지역 매체인 <몬터레이헤럴드>는 장기 COVID-19(이하 롱코비드) 환자들과 의사들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포톨라 밸리에 거주하는 56세의 한 여성을 예로 들었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수석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던 제니퍼 후퍼는 2020년 7월에 몸이 아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초기 발열과 기침은 극심한 피로감, 두통, 시야 흐림, 어지럼증, 가슴 통증 등으로 악화되었고, 쇠약해지는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퍼가 일 뿐 아니라 운전을 못하게 된지도 4년이 지났다. 뿐만 아니라 증상이 악화될 때는 저녁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동안 후퍼는 여러 진료실을 방문했으나 자신의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의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 의사는 '여기 또 한사람 있군'이라는 듯 심드렁하게 자신을 대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후퍼와 같은 경험을 하는 환자들은 미국 전역에 수백만 명에 달한다며 롱코비드 현황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 약 1700만 명이 롱코비드를 겪고 있다. CDC는 롱코비드를 코로나19 감염 후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으로 정의하지만, 이 질환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롱코비드는 단일 질환이라기보다 코로나19 감염의 다양한 후유증이 겹쳐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연구자들은 이 질환의 원인으로 ▲몸속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 ▲면역계 교란 ▲미세혈관 내 혈전 ▲장내 미생물 변화 등을 지목하고 있다. 또한 롱코비드는 바이러스 감염 후 발병할 수 있는 만성 피로 증후군(ME/CFS)과 유사한 질환으로 추정된다.

롱코비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치료제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개별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진취적이면서도 숙련된 의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의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비영리 공중보건단체 드 보몽 재단(de Beaumont Foundation)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의사 중 롱코비드를 진단하는 데 "매우 자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으며, 치료에 대해 같은 자신감을 보인 의사는 4%에 그쳤다.

롱코비드 치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클리닉도 극히 부족하다. 후퍼는 지난해 10월, 스탠퍼드대의 '포스트-코로나 증후군 클리닉(PACS)'에서 진료를 받기로 했지만, 예약 대기 기간이 길어 1년 후인 올해 9월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

PACS 클리닉의 공동 책임자인 헥터 보니야 박사는 일주일에 15~20명의 롱코비드 환자를 진료한다. 보니야 박사는 롱코비드에 집중하려는 의료진이 너무 적기 때문에 채용이 어려운 과제라며 "의사들이 롱코비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환자들을 건강 염려증이 심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를 '건강 염려증 심한 사람들'로 치부, 환자들은 의료계 불신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감염된 이후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찰리 매코운(35)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비영리 단체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옹호 업무를 담당했지만 지금은 쉬고 있는 35세의 찰리 맥콘은 롱코비드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얼마나 큰 싸움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맥콘은 2020년 3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 이전에 하루 평균 10마일씩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맥콘은 특히 가슴을 조이는 듯한 숨가쁨 증상과 탈진으로 쉬운 일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스스로 연구한 끝에 폐의 미세혈전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고, 혈전을 방지하는 항응고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환자들의 경험담을 접했다. 이후 30명 넘는 의사에게 문의했지만 이를 처방해 줄 의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여러 차례 시도 끝에 플라빅스(Plavix)라는 항응고제를 처방받았다. 덕분에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집 안에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고 대체 요법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27세의 페이지 모리시는 트레이더 조스에서 일하던 중 2020년 12월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춤과 달리기를 좋아했던 모리스는 기운이 빠져 도보 한 블록도 걷가 힘든 데다 불안, 우울증, 단기 기억 상실, 공황 발작, 혼란 등 신경학적 증상까지 심해졌다. 모리시는 결국 강력한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받았다. 그러나 모리시는 한 신경과 의사가 환자로서의 그녀를 돕기보다는 연구 대상으로서 더 관심이 있는 듯 했다며 “그가 내 이메일에 답장을 보낸 유일한 경우는 나의 연구 결과를 자신의 연구에 사용하는 데 동의해 달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이런 실망스러운 경험을 한 후, 결국 모리시는 의료계를 떠나 식생활 방식을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의존하게 됐다.

보니야 박사는 롱코비드 연구를 위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가 적다는 점도 문제라며 "연구를 위해서는 환자들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대다수 환자들이 이를 꺼린다"라고 말했다.

해결책은 교육과 전문 클리닉 확충

신문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반 개업의(GP)들의 교육과 롱코비드 전문 클리닉 확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원인 제이미 셀처는 "롱코비드와 만성 피로 증후군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해 의사들을 교육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보니야 박사는 “의료진이 일주일 중 2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어 이 질환에 대해 공부한다면 현재 부족한 지식과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니야 박사는 또한 롱코비드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들과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광범위한 전문 지식을 갖춘 더 많은 클리닉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