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통하지 않는 퀘백주로 들어가다

(지난호에서 이어짐) 미국에서 캐나다로 계속 이어지는 91번 하이웨이는 국경선을 넘으면서 55번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4시간쯤 가니 서쪽에서 연결된 20번 고속도로에 접하게 되고 몬트리올에서 이어진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는 리무스키까지 쭉 뻗쳐 있었다.

캐나다에 오니 미국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우선 도로 표지에 이정표가 킬로미터로 되어 있고 이곳 지명이나 방향표기가 프랑스어로 되어 있어 방문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뿐 아니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영어도 시원찮은데 프랑스어까지 어떻게 해내란 말인가? 이제부터 어정쩡한 국제 반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퀘백주에서 반벙어리 신세 각오

퀘백이란 곳까지 가자니 지루하기만 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뒤돌아 갈 수도 없는 일이고 끝까지 가 봐야 겠다는 오기까지 발동했다.

내가 비즈니스 할때 손님들로부터 캐나다에 가서 퀘백을 가보지 못했다면 캐나다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퀘백은 아름답고 자연과 고풍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는 말을 여러번 들을 적이 있다. 온종일 75마일 속도로 리모트콘트롤을 풀지 않고 정신없이 달렸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나 익숙치 않은 시골 그리고 처음 접하는 얼굴들과 환경에 머물다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것에 긴장감도 들었지만 처한 상황을 충분히 즐기며 하루하루를 감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막상 이렇게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확실한 오늘을 무시한 체 불확실한 내일에 전전긍긍하는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캐나다 동부의 도시 통칭 메이플 가도를 따라가며 퀘백을 향해 지루한 운전을 했다. 이렇게 먼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지 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동쪽 깊숙한 곳에 들어간 것이다. 희미한 불빛이 여기저기 켜지기 시작하더니 금새 어두워졌다.

국경선 캐나다측 안내소에서 예약되어 있는 힐튼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 프론트에 첵크인하는 데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다. 종업원 모두가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영어를 쓰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중국과 유럽을 여행할 때도 영어로 전혀 불편없었던 생각을 하면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껏 여행길에 현금을 사용했지만 이제부턴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야 할 참이다. 호텔은 잠자는 곳이니 잠만 자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지만 언어로 인한 불편함은 여전했다.

영어 불통으로 발생한 식권 소동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이전과는 달리 아침식사를 정식으로 주문받는 곳이었다. 아침은 남보다 먼저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는지라 오늘도 역시 식당에는 우리부부외에 몇 사람만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호텔음식은 역시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식당을 막 나오려는 데 웨이추레스가 출입문까지 따라오면서 뭐라고 한다.

손에 티켓 한 장을 들어 보이면서 똑같은 티켓이 없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손님 한사람이 나가면서 티켓 한 장을 주고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식권이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어젯밤 첵크인 할 때 카드 결재를 하면서 티켓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더니 웨이추레스는 매니저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를 매니저에게 인계하고 자기 책임은 다했다는 듯이 횡 가버렸다. 매니저는 우리가 지불한 숙박 요금에는 아침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왜 첵크인할 때 그런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리고 사전에 고지를 해서 알려 주었으면 다른 식당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먹지도 않았을 것 아니냐고 항의조로 따졌다.

사실 아무리 비싸 보여도 아침 밥값이야 부담없이 지불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의무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어 추궁했더니 그는 더 이상 밥값 얘기는 하지않고 미안하다며 커피등 음료를 마시고 가라고 새 손님처럼 우대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호텔 체인을 이용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첵크아웃을 해 버렸다.

이곳 퀘백주의 수도인 퀘백시는 프랑스 식민지의 거점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역사깊은 도시로 전부터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 쟁탈의 목표가 되어 싸움이 되풀이 되던 곳이다. 영국 지배하의 시대를 거친 지금도 주변의 85% 이상이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완전한 프랑스 문화권이었다.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