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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허리케인
 
'3년은 너무 길다'는 말에 왜 이토록 호응하는가
[허리케인 칼럼] 망한 군대와 망한 정치의 공통점


▲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뉴욕=오마이뉴스) 강명구 교수(뉴욕 시립대) = 군 관련 소식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군복무 시절이 떠오른다. 많은 이들도 비슷할 것이다.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과 박정훈 대령의 수사 무마 논란 때도 그랬고, 최근 이종섭 전 장관이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 취소 직전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장관의 윗선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전날 결재까지 한 사안이 뒤집힐 리 없으리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확인해 주는 보도였다.

출국금지 상황에서도 사본을 들고 호주 대사로 황급히 공항을 통과하는 보도를 접하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리라 믿는다.

그 옛날 사단장의 부대 지휘 방식

필자가 사단사령부 장교로 복무할 당시 사단장은 사고 예방에 사활을 걸었다. 사고 예방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예하 부대의 사소한 훈련까지 간섭하며 소대장 수준의 수많은 세부 지시를 내렸다. 혹한기나 혹서기에는 훈련 시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추는 일도 잦았는데, 이는 사고가 진급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사단장은 지시 이행 여부도 불시에 점검했다. 사단 참모들을 말단 소대급까지 보내 자신의 지시사항이 병사들에게 숙지되어 있는지 상시 점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대장, 대대장들은 오로지 사단장 지시에만 신경을 썼고, 그 외의 일은 관심 밖이었다. 사단장의 지휘관 평점이 진급에 결정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이다.

사단장의 지시는 예하부대로 내려갈수록 그 강도가 더 세졌다.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의 추가 지시사항이 더해져 말단 소대급에서는 사단장의 지시가 폭탄이 되어 있었다. 예하부대 간부들은 지시 이행 보고서 작성에 날밤을 새웠고, 사단 참모부도 마찬가지였다. 겉보기에는 분명 밤낮없이 다들 분주했지만, 바쁜 이유가 문제였다. 강한 군대를 만드는 일과는 별로 상관없는 사단장 지시사항을 챙기느라 모두가 바빴던 것이다.

이렇듯 옛 기억이 되살아나는 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 그 옛날 사단장의 부대 지휘 방식과 닮아서다. 대통령은 수많은 지시를 쏟아내고 감사원을 동원해 이행 여부를 감찰한다. 역대급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민생과는 동떨어진 지시가 하달되고, 대통령의 결정에는 맹목적 복종만이 강요된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권력기관을 동원한 겁박과 위협이 뒤따른다. 자유를 강조하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의사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의대 증원,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잼버리 사태 등 굵직한 사안에서 이런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올해 예산안 제출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의 대통령 발언이 촉발했다. 기획재정부는 부랴부랴 5조 2천억 원(16.6%)의 연구개발비 삭감안을 만들었다.


▲ 2023년 11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엑스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25년 오사카 개최가 예정되어 있으니 연달아 같은 아시아 인접 국가에 그다음 개최지를 밀어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 어디에서도 문제제기는 없었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니 재벌 총수들을 포함한 외교부 전체가 매달렸다. 막판까지 개최지 확정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론전을 폈지만, 1차 투표에서 119 대 29표로 사우디에 졌다. 그래도 외교적으로 얻은 것이 많다는 사후합리화가 쏟아져 나왔다.

세계 잼버리 개최가 국제적 망신이 되기 전만 해도 잼버리 성공을 11월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 8월 폭염과 새만금 간척지의 열악한 환경이 이미 수차례 경고됐지만 무시 됐고 국제적 망신이 됐다. 그래도 위기 와중에 한국의 저력을 알리는 좋은 계기였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반복되는 패턴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는 사후 합리화만 쏟아질 뿐, 누구도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론은 사실과 현상을 왜곡하며 기득권 카르텔을 옹호하는 뒤틀린 프레임을 양산한다. '적'과 '아'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이 정치적인 것의 핵심이라는 나치 부역 칼 슈미트 식의 극단적 진영 담론을 확대 재생산할 뿐 건강한 토론의 장은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절단날 지경

집권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당 장악에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물론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권력은 사유화 되고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됐다.

사단장의 지시사항 챙기기에 급급했던 그 옛날의 군대 방식과 같다.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는 사안은 알아서 챙길 이유가 없다. 일이 잘되든 잘못되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리를 보전하고 승진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고, 과거 군대식 충성 문화가 용산 대통령실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 조국혁신당 창당 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원들이 '3년은 너무 길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왜 이렇게 된 걸까? 대통령이 국정을 2200여 명의 검사를 거느리듯이 검사동일체주의 관점과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검찰공화국을 만들었단 얘기다.

집권 초기 국정원 고위 간부 수백 명을 대기발령 시켜 옷을 벗기고, 군은 대장급 장성 7명 전원을 일시에 갈아치우는 일이 이미 두 번이나 발생했다. 경찰은 31년 만에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해 장관 지휘하에 귀속시켰다. 그 장관은 159명의 젊은이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 사고로 죽어도 여전히 건재하다.

법원의 행정권력 종속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은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에 친구를 추천했고, 법원은 검·경의 영장 청구를 거의 자판기처럼 내주고 있다. 2022년 압수수색 영장은 약36만 건의 91% 이상, 구속영장은 약 2만 천 건의 81% 이상 발부되었다(대한민국법원 <2023 사법연감>). 대신, 전관예우로 점철된 법조 카르텔은 개혁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민주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민주적 다원성과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입법부마저 장악하면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이 된다. 앞으로 3년, 절대권력이 자신의 권력에 취해 '폭망'하기를 기다리면 나라가 절단날 지경이다. 투표로 나의 자유와 권리,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재외국민으로서 필자도 한 표를 보탤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뉴욕시립대에서 정치경제학 및 미국-아시아 관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4년 3월 26일, 화 6:2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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