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벗 주지사 "국경안보 지키기 위한 싸움 계속할 것"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연방 대법원이 22일 연방 정부가 텍사스주가 설치한 철조망을 절단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고 최종 결정했다. 국경순찰대의 임무를 위해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사안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해 10월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남부 국경 지역 일부에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텍사스주는 국경 도시인 이글 패스 인근 리오그란데강을 따라 약 48km 길이의 철조망을 설치했다.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애벗 주지사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철조망 설치 이후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어오다가 철조망에 걸려 심하게 다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법무부는 해당 철조망이 국경수비대의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을 돕는 데도 방해가 된다며 이를 절단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줘 철조망을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항소심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연방 정부가 텍사스주가 설치한 철조망을 절단하거나 이동시킬 수 없다며 하급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그리고 이번에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9명의 대법관들이 5대 4로 연방 정부가 철조망을 자르거나 옮겨도 된다고 결정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바이든 행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만 대법원은 이같은 결정에 대한 설명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안젤로 페르난데스 에르난데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성명을 통해 "국경 인근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텍사스주의 정치적 쇼는 최전선에서 일하는 국경대원들의 작업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며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텍사스 주지사 대변인실은 성명을 내고 철조망이나 다른 장애물이 없으면 불법 이주민들이 위험한 월경을 계속 시도하게 되고, 텍사스주 국경대원들의 임무가 더 어려워진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변인실은 "이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사안으로,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주의 번영과 국경 안보를 지키기 위한 헌법 권한 수호를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