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햄프셔 지나 광대한 땅 캐나다로

(지난호에서 이어짐) 우리는 한시가 지나서야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언제나 점심밥은 모텔에서 나오기 전에 2인용 전기 밥솥에 준비해 가지고 나온다. 그래야만 그날 운행중 식당이 적당치 않은때 아무곳에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는데 우리의 식사하는 모양새를 미국 젊은이가 지나다 보고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 한다. 동양사람들은 어떻게 식사하며 어떤 음식을 먹는지 꽤나 궁금했던 것 같았다. 하얀 쌀밥을 젓가락 두 개로 용케도 집어먹고 새빨간 김치를 먹고 고추장에 멸치를 두 젓가락으로 한 개씩 잘도 집어 먹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다른 젓가락을 건네며 음식을 집어 보라고 생선부침 접시를 주었더니 그는 젓가락을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 엄지와 인지 사이 애써 잡 은 다음 음식을 집으려고 했는 데 할 때마다 젓가락이 X로 엇갈려버렸다. 우리는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고 있다 끝내는 웃고 말았다.

우리는 포크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손으로 생선부침 한개를 덥석 집어먹고 원더풀! 을 연발한다. 내가 미국 오기전에 미국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있는 지 궁금했는데 이 젊은이도 같은 흥미를 가졌던 모양이다.

뉴햄프셔 가는길, 펑크난 타이어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데 어디선가 쇠붙이가 살짝살짝 마찰 되는 소리를 들려 내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내 귀가 이상이 생겼나 싶어 아내에게 무슨 이상한 소리가 지금 들리지 않느냐고 하니 자기도 출발시부터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고 걱정을 한다.

불안한 생각에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노변 비상라인에 차를 세웠다. 우선 타이어를 뒷 바퀴부터 점검해 오던 중 좌측 운전석 밑에 있는 타이어에 머리가 큰 나사못이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집게로 잡아 당기면 빠져 나올 것 같은데 나사못의 길이가 얼마인지도 모른채 섣불리 잡아빼면 그 자리에서 공기가 새어 나올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런다면 큰 낭패를 당할 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의 목적지는 물론이고 그로 인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 자명했다.

우리는 가던 길을 중단하고 시내로 들어갔다. 타이어 펑크 수리하는 곳은 딱 한 군데 밖에 없다고 하는 그 곳을 물어 물어 찾아갔다. 아무리 바쁜 사람일지라도 정비 순서를 기다리며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먼저 등록하고 정비 챠트에 싸인을 하고 나니 지금 시간으로부터 두 시간 후에 된다며 근방 시내에 샤핑이나 구경을 하라고 한다. 나는 그 사람에게 멀리 플로리다에서 왔으며 뉴욕주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사정 얘기를 하며 편리를 봐 준다면 무척 행복할 것이라 했더니 그는 챠트를 들고 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번호판을 본 뒤 한 시간쯤 있다 오라고 한다. 말 한마디에 한시간 정도가 앞당겨진 것이다.

그러나 정비공장을 떠나지 않고 차 옆에서 한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차를 끌어갈 생각을 않고 있기에 오피스에 가서 지금 한시간이 되었다고 하니 그는 깜박 잊고 있었다는 듯 마이크를 통해 정비사를 불렀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하며 커피까지 권했다.

정비사는 타이어를 빼지도 않고 그대로 둔채 송곳같은 뾰족한 끝 구멍에 굵은 고무같은 것을 끼운후 집게로 나사못을 빼내고는 그 자리에 준비한 송곳으로 힘껏집어 넣고는 밖으로 나온 부분을 잘라내고 공기를 넣었다. 단 5분만에 일이 끝났다. 플로리다 보다 조금 비싼 10불을 요구했으나 고마운 마음만 들었다.

하이웨이 3번 로웰까지 186마일을 달려간 다음 베스트웨스턴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내일은 뉴 햄프셔 주로 넘어갈 예정이다.

인생은 여행이고 여행은 고행이란 말도 있듯이 여행은 새로운 체험의 보고이며 아름다운 추억의 산실이기도 하다. 하이웨이를 힘껏 달려 짧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는 좋은 경치가 나오면 샛길로 빠져 산과 들을 감상하고 때로는 로컬 휴식장소에 들려 간단한 샌드위치나 쿠키로 간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맨체스터를 경유하여 리틀톤 시가 중심부를 통과 91번 하이웨이로 이어지는 뉴포트까지 총 414마일을 달려오다 보니 캐나다 국경선에 도착하게 되었다. 국경선의 정보센터에서 우선 캐나다의 지도와 안내를 받았다. 이후 게이트에 이르러 이민국의 간단한 조사를 통해 캐나다 체류기간과 방문목적을 말한 뒤 통과, 캐나다땅에 들어서게 됐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 드디어 퀘백에

캐나다 국경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 항로를 바꿔놓을 곳이다. 이 국경을 잘 넘어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고 비자때문에 국경을 넘지 못해 가슴 조이며 울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인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선을 넘으며 초죽음을 경험했을 것이라는 비감어린 생각을 하면서 퀘벡을 향해 달렸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방대한 면적을 가진 나라중 하나이다. 또한 영어와 프랑스어의 두 개 공용어가 있어 같은 국내에서도 각각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캐나다이다. 그리고 캐나다의 관광지는 미국과의 국경 부근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는 데 주로 국토의 동쪽과 서쪽에 집중해 있다.

국토의 중앙부는 광대한 밭과 삼림 지대로 한도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퀘벡주와 일부 동쪽지역은 프랑스어권 이고 기타지역은 모두 영어권이다.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