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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EST) 2024년 5월 15일, 수 10:1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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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 맡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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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약자 코스프레"라는 말을 한 번 들은 후 그 말은 내 뼈에 아로새겨졌다. 나는 일상을 소재로 삼아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이제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그것이 “약자 코스프레”처럼 보일까보아서이다. 그러나 가난한 내 삶의 이야기는 그것이 무엇이든 “약자 코스프레”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글을 쓰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환난을 자랑했고, 바울 사도는 약함을 자랑했다. 환난과 약함은 자랑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분들은 그런 자랑거리도 되지 못하는 것을 자랑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오정현 목사님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하나님께서 다 하셨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떤 일을 이루어낸 것이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셨다는 자각이나 깨달음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오정현 목사님과 초기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바울 사도와 다른 것은 이루어낸 결과를 “어떻게 이루어냈는가?”이다.
모두가 하나님께서 다 하셨다고 말하고 있지만 오정현 목사님은 거대한 교회의 힘과 영향력, 그리고 교인들의 헌금을 통해 그런 일들을 해내셨다. 하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이나 바울 사도는 모든 일들을 오직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이루어냈다. 그들은 가난했고, 그들은 환난 속에 처해 있었고, 힘과 영향력을 지니지 못해 무방비로 세파에 휘둘려야 했다. 그들은 무력하게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능력을 경험했다. 물론 오정현 목사님도 자신들이 한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목사님과 사랑의교회는 초기 그리스도인들과 바울 사도와 같이 가난하지 않다. 그들은 힘을 추구하고 더 많은 헌금을 필요로 한다. 다만 이 차이를 그들이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을 따름이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인간의 약함이나 무력함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많이 아는 것이나,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다. 특히 기도는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상황이 너무 암울하면 사람은 기도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음소리만을 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신음소리가 주님께 들리고 전달된다.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신음소리를 하나님은 들으신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신비이고, 가난의 신비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가난하지만 풍요(샬롬)를 누린다.
모든 재산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된 나는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겪었다. 먹을 것이 없기도 하고, 특히 병원엘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목사로서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고, 그런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주님은 내 문제들이나 고통들을 해결해주셨다. 지나고 있을 때는 그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내가 생각했던 방식보다 주님의 방식이 늘 탁월하고 완전했다.
이제 나는 그것을 신뢰한다. 그래서 내 삶에 어려움이 닥치면 오히려 더 큰 기대를 한다. 그 어려움을 통해 내가 배우게 될 것들과 그 어려움을 해결하시는 주님의 방법이 무엇인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주님이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 없다는 찬양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근본적으로 욕망의 존재이기 때문이며 내가 가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나는 약함으로 점철되는 내 일상이 “약자 코스프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약자 코스프레를 한 것이 아니고 바울 사도가 약자 코스프레를 한 것이 아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약함을 통해 역사하는 그리스도의 능력을 경험하고, 자신들의 신음소리를 흘려듣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보았던 것이다.
지난 봄 나는 정말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세 개를 연결해놓았던 어금니 하나가 썩어서 깨졌다. 나는 썩은 어금니가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리지를 제거하고 썩은 이를 뽑으러 갔을 때 치과의사는 세 개가 썩었고, 빨리 임플란트를 하지 않으면 다시 더 하나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내가 가진 돈은 임플란트 두 개(그 중 한 개는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공짜의 기회를 사용할 수 있고)를 간신히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것도 사실 오랫동안 모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세 개가 되고, 당장 하지 않으면 네 개가 된다는 이야기는 내겐 암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한 분에게서 삼백 만 원이라는 돈을 붙여주셨다. 처음에는 이백 만 원을 붙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붙여온 돈은 삼백만 원이었다. 내게 필요한 돈이 딱 그만큼이었다.
이런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주는가? 그런데 내겐 그런 일이 필요할 때마다 일어난다. 물론 나는 그런 일을 주님이 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주님은 내 삶을 보호해주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내어맡김이다. 사람들은 주님께 기도를 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님께 내어드리지 못한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그 자식을 주님께 온전히 맡기지 못한다. 오정현 목사님처럼 무언가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방법들을 내려놓지 못한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온전히 내어맡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주님께 온전히 맡겨드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것들을 주님께 온전히 맡기지를 못한다. 여전히 자신의 것이 있고, 양보할 수 없는 구역이 존재한다. 온전히 맡겨드리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우리는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환난을 자랑하고, 바울 사도가 약함을 자랑한 이유도 이와 같은 것이다. 환난 속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온전히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법을 배웠다. 바울 사도 역시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 그분들은 환난과 약함을 자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가난을 자랑하고, 가난의 신비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 돈이 너무 절대적이고 너무도 부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주님으로 부르는 그리스도는 과연 누구신가? 나는 그것을 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부르지만 실제로는 맘몬을 주님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려주는 것이 바로 온전히 맡김이다.
나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 약자는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면목이다. 나는 가난한 약자이지 가난한 척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나도 내가 약할 때 강하다는 사실을 안다.
사람들은 가난한 나를 멀리 한다. 호시탐탐 버릴 기회를 찾는다. 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도 노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 사람들이 불쌍하고 안타깝다.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또 그들이 내게 되갚지 못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갚아주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더 많은 것을 주시기 원하신다.
세상이 어둡다. 신음소리를 내를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굥의 시대에 그런 분들이 확연하게 늘어났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주님이 일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자. 우리는 그분의 손과 발이다. 이 일은 교회가 아니라 그리스도인 개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그리스도인은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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