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아일랜드에서 거금 들여 '집 구경' 하다

우리는 미국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먼 국립공원에 가서 보스톤 학살 기념비와 남북전쟁 전사자의 기념비, 1798년에 세워졌다는 주 의사당과 벙커힐 기념탑, 뉴잉글랜드 수족관, 존 F 케네디 박물관, 보스톤 과학 박물관 그리고 MIT 대학을 둘러 보았다. MIT는 1861년 창립이래 공학, 이학, 건축학 그리고 인문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공적을 쌓았으며 유능한 과학자들을 배출해 낸 세계 제일의 공과대학이라고 한다.

청교도 최초의 상륙지 플리머스에 이르다

보스톤에는 굉장희 높은 건물은 없지만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곳은 외관이 모두 유리로 된 존-핸콕 타워였다.

보스톤에서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최초로 상륙해 미국의 탄생지로 유명한 플리머스 항구가 있다. 이 곳은 보스톤 교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며 1620년 12월 16일 윌리엄 브래드포드가 인솔하는 청교도 102명이 53일간의 항해 끝에 이곳 플리머스에 도착 했는데 그때 그들이 타고온 배가 바로 메이플라워 호였다. 길이 35미터 폭 8미터인 이 범선은 현재 복원되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보스톤에서 마지막 밤을 할러데이인에서 보내고 125마일 남쪽으로 내려오니 로드아일랜드주에 오게 되었다. 50개 중에서 아마 제일 작은 주 인 것 같았다.

프로비디언스는 주정부가 있는 도시로서 큰 공업이나 산업 수자원등이 별로 없어 타주에 비해 열세한 편이며 주 수입원이 관광에서 얻어질 정도로 볼거리가 많아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여 든다고 했다.

나는 이곳을 찾아 가는 데 도로 표지판이 잘 되어 있지를 않아 길을 여러번 물어서 겨우 찾아갔다. 관광지로서 도로폭이 1차선으로 지방 국도와 같이 좁고 목적지의 싸인판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지를 않았다. 여행중 길을 물을때는 개스 스테이션에 들어가면 부근의 지리를 제일 잘 알고 있기에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런데 내가 들어간 그 주유소의 젊은이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며 두손으로 X 자를 만들어 보인다. 그 젊은이는 뉴햄프셔에서 온지가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많은 차량들이 왼쪽으로 턴하여 가더라고 막연한 말만 했다.

또 차 한대가 들어오고 거의 60대로 보이는 성질이 좀 날카롭게 보이는 이가 내렸다. 그에게 말을 걸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길을 물어보니 의외로 친절하고 부드러운 말로 자기도 이곳을 처음와서 잘 모른다고 하면서 지도를 펴고 한참 보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25 불 주고 1890년대 '집구경'

이렇게 동행자가 되어 드디어 엄청나게 큰 집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옥처포인트 애비뉴' 에는 '파쇄자' 라는 뜻이 담긴 1895년 브레이커 하우스가 있었다. 이 건물은 1895년에 건축된 것으로 대서양 앞바다에 전면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르네상스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생활상을 영원토록 보존하여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개인자산으로 건축되었다는 건물이었다.

집 한 채를 보는데 입장료가 한 사람에 25달러였다. 방이 1백개 이상으로 3층 건물이었는데 얼마나 큰지 정부의 어느 관청같은 느낌이 들었다. 옛날 부자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던 것으로 보아 첫째 기후면에서부터 모든 여건들이 아주 좋았던 것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15-20명의 관람객이 모이면 인솔자를 따라 아래층에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2층으로 올라가고 이층에서 앞팀의 가이드 설명이 멈춰지면 3층으로 옮겨 가면서 한 시간 정도 구경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한 가족이 아무리 대가족이라 해도 이런 집에서 생활했다니 집 주인 벤더빌이라는 사람은 당시 1년 수입이 과연 얼마나 되었던 사람이었는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한 세대가 지나간 주인공들의 흔적과 유뮬들을 살펴보면서 현 대에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왕복하는 세상을 벤더빌은 상상이나 했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이었다.

다음으로 벨뷰 애비뉴에 있는 마블 하우스는 1892년에 윌리암 벤더빌이 외벽 내벽 모두 대리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 현대식 건물이었다. 여기에도 입장료는 25달러였으나 안내자가 따르지 않고 자유자재로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전시품에 손댔다 벨 울려 '기겁'

우리는 아래층에서 이층까지 정해진 코스를 따라 둘러 보던중 서재실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는 책 한 권에 눈길이 갔다. 크기가 가로 50센티 가량 되어 보이는 큰 책이 있기에 진짜 책인지 아니면 종이를 재단하여 묶어맨 것인지 확인해 보기위해 책장을 넘겼는데 어디서인지 벨 소리가 울렸다. 나는 깜짝 놀라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유물들을 보고 있는 데 밑에서 관리인이 헐래벌떡 뛰어 올라와 무슨 일이냐 고 물었다.

내가 이 책장을 넘겼다고 말하니 관리인은 놀라며 아무 물건이나 절대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경고를 하고 돌아갔다. 건물안에 진열되어 있는 모든 물건에 대해 보안장치 시스템을 해 놓은 것이다. 아내는 여기까지 와서 왜 촌사람 노릇을 그렇게 하느냐고 핀잔이다. 나는 원래 성격이 귀신 도깨비라도 손으로 만져 보아야 하는 괴팍한 데가 있지 않느냐 고 응수했다.

언젠가 애슈빌에서 빌트모어 집을 관람한 적이 있었지만 전체 건물을 순 대리석으로 이처럼 엄청나게 건축한 것은 아니었다. 큰 집 두채를 보는 데 1백달러가 벌써 들어갔는데 아내는 여기까지 왔으니 집 한채를 더 보고 가자고 한다. 다음 집을 들어가 보니 이 집은 이전 집보다 더 컸다. 입장료도 이집에서 세 채의 입장권을 한 번에 구입하면 45불이었다. 처음부터 이곳으로 왔으면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 걸 후회가 됐지만 또 다시 집 세채를 볼 생각은 없었다.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