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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위기 자초하는 '안보 무능 정권'의 3대 현상
[진단] 북 무인기 침범 이후 벌어진 광인전략, 거짓말 그리고 책임전가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를 대놓고 무시하는 대통령

(서울=오마이뉴스) 김종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법치와 민주주의, 인권을 중시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천명한 바 있다. 이런 구상은 지난해 11월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규칙에 기반 한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다시금 강조됐다. 그러나 2022년 말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 이후에 윤 대통령의 확전을 불사하는 강경발언을 보면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라곤 믿어지지 않는 초법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반도에서 위기관리의 법적 주체는 정전협정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이며, 평시에 한국군을 규율하는 행동규범은 유엔사의 정전시 교전규칙이다. 우리 헌법 위에 정전협정이 군림하고 유엔사가 우리 주권을 침식하는 사례가 종종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그래도 정전을 관리하는 법 질서는 위협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 보수 세력은 유엔사의 해체로 인한 규범의 공백 사태를 우려해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줄곧 반대했을 정도로 유엔사는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에서 위기관리 체계를 붕괴시키고 유엔사의 권능을 무력화하는 장본인은 바로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다.

지난해 12월 26일에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영공을 유린하고, 이튿날 윤 대통령은 우리 군에 "확전 각오"를 말하며 강력한 응징을 다짐한 데 이어 12월 29일엔 "압도적이고 우월한 전쟁을 준비하라"(대전 국방과학연구소 발언)고 지시했다.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 군은 최소한의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명문화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해 우리 군의 작전예규에선 도발한 북한과 동종의 무기체계로 동일한 수준의 대응에 국한되는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자위권 행사 차원을 넘는 공격적 군사행동으로 확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8일에 대통령실의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뿐 아니라 군의 작전예규와 지침이었던 '비례성 원칙'을 넘어선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이는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고강도 대응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하면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이제껏 교전규칙과 작전예규를 초월하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작전통제권도 없이 '광인전략'으로 치달아


▲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2022년 진행했던 ▲ 전방부대 정전협정 준수 여부 ▲ 중립국감독위원회 활동 ▲ 대북 통신 유지 ▲ 유해 송환 ▲ 한강하구 작전 등 주요 임무별 활동 상황을 전했다. 사진은 정전협정 준수 확인하는 유엔군사령부. ⓒ 유엔군사령부 페이스북

이는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노골적인 정전협정 무시며, 유엔사와 동맹에 대한 배려도 찾아볼 수 없는 초강경 발언이다. 이 대목을 곱씹어 보면 윤 대통령이 국제정치에서 흔히 거론되는 '광인전략(狂人戰略, Madman Strategy)'을 구사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 전략은 상대방에게 나 자신이 행동을 주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감행하는 모험주의자라는 인상을 강요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다. 당연히 이런 전쟁불사 강경발언은 국제법과 교전규칙이라는 규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초법적 성격을 내포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말로만 허풍과 과장을 남발하게 되면 이 전략은 효과가 없다는 데 있다. 정말로 전쟁을 결심할 수 있다는 신뢰성을 입증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군으로 하여금 기존의 법적 틀을 초월하는 실제적인 전쟁 준비를 지시하느냐가 중요하다. 베트남 전쟁 초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모스크바에 핵을 투하하겠다"던 초강경발언은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이 실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었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지난 6일 유엔사는 이번 무인기 사태에 대해 특별조사팀(SIG)을 편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유엔사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무인기 2대를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쪽으로 5km 정도 침투시킨 대응작전도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유엔사는 지난달 29일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북한 무인기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그동안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과 관련해선 남한과 북한을 모두 조사했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 역시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이 조치는 유엔사에 단 한마디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윤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결심한 데 대한 엄중한 경고로 읽힌다. 닉슨 대통령이야 패권국 지도자로서 스스로 결심할 권위가 있다고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쟁이 나면 자신의 군대에 대해서조차 작전통제가 제한되는 미국의 하위 동맹국 지도자인데, 과연 견제 받지 않고 전쟁을 결심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점이 윤 대통령의 광인전략이 허망해 보이는 이유다.

거짓말, 또 거짓말 그리고 책임전가


▲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2022년 1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 국회 국방위 제공

비록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대통령의 전쟁 불사 발언이라 하더라도 그 폐해는 매우 크다. 역시 실현가능성이 낮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핵 선제공격" 발언이 국제질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폐해와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적대국 지도자가 공히 전쟁 지향의 강경발언으로 경쟁하는 곳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외에는 한반도밖에 없다. 진정으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위신을 꺾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전쟁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한 남북 지도자는 공히 '전쟁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전쟁을 회피하면 자신의 위신이 추락하고, 전쟁을 결심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바로 그런 처지였다. 당시에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을 통해 소련과 핵전쟁을 불사하려는 군사 지도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외교·정보 분야의 집단지성을 동원하여 해상 봉쇄라는 절묘한 선택으로 위기를 관리한 케네디는 핵전쟁의 위기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선 윤 대통령과 같은 독선과 독주도 없었고, 용산으로 무리하게 집무실을 이전한 책임은 은폐하고 군을 향해 윽박지르고 잔소리를 퍼붓는 책임 전가의 리더십도 없었다. 무엇보다 전쟁의 문제에 관해 윤 대통령은 케네디와 같은 신중함을 찾아볼 수 없다.

애초 이번 무인기 사태에서 군 대응 실패는 9.19 군사합의에 대한 무력화를 방치하고, 군에 대통령 경호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무작정 용산에 밀고 들어온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게다가 '새로운 비행금지구역도 반경 5km 이상으로 설정하자'는 군의 의견을 묵살하고 현대화 된 경호 시스템으로 3.7km로 대폭 축소된 비행금지구역을 운영해도 "충분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2022년 3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고 거짓말을 한 김용현 경호처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북한 소형 무인기에 의해 사실상 군의 작전 체계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만과 무능이 드러난 셈이다. 중요 정보를 누락하고 무능을 은폐하는 군에 더 큰 전쟁을 준비하도록 주문하게 되면 미국이나 유엔사가 통제할 수 없는 더 큰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강경발언은 어떤 지도자도 할 수 있고, 그런 발언으로 얻는 정치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정치 리더십은 훈련돼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적어도 이 점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줬다" "군용 무인기 도발에 대한 내년도 대응 전력 예산이 국회에서 50%나 삭감이 됐다"(2022년 12월 27일 발언)면서 자신이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의 수반으로서 마땅히 직시해야 할 사실과 책임을 외면하는 무책임으로 나아갔다.

사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확한 정보관리, 대통령의 위기관리 메시지가 전부 엉켜버리고 오직 남의 탓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지난 4일에 비행금지구역이 침범 당했다는 합참 전비태세 검열실의 조사결과가 보고되자 이번엔 군은 "스치듯 지나간 수준이고 용산이나 대통령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면서 거꾸로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야당 의원을 향해서는 "정보유출 경위 의혹", "북한 내통 의혹"과 같은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며 비난했다. 모두 윤 대통령의 묵인과 방조로 이뤄진 모양새다.

'평화배당금'을 몰수하는 대통령

종합하자면 광인전략과 거짓말, 책임전가라는 3박자로 이어지는 윤 대통령은 위기를 관리한다기보다 위기를 조장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엔 앞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초래된다. 무엇보다 확성기 방송 재개, 대북전단 살포 허용 등이 이뤄질 경우, 접경지역 200만 주민의 생존과 복지가 침해된다. 또한 서북 해역 섬 어민들에 대한 조업통제가 불가피하고, 일선의 전투원들의 피로도가 가중될 것이다. 9.19 군사합의로 국민에게 선사한 '평화배당금'은 몰수되고 안보 비용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 1월 4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이 전시되어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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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3년 1월 10일, 화 11:4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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