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권유한 은퇴 소일거리로 보람 쏠쏠

지금 한국은 초급속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노년을 준비 못한 늙은이들이 직업을 구하려고 찾아 헤매는 모습을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이들어 이민 온 이민 1세대도 별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내나이 70세 까지는 자동차 정비공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68세에 손을 씻은 것이 아쉽다. 내손에서 기름때가 없어진지도 오래된다.

몸도 많이 회복됐고 아이들도 집에서 놀면 일찍 죽는다고 등을 떠 밀지만 집사람은 "당신은 맨손으로 이민와 더럽고 힘든 자동차 정비공 일을 해서 먹고 살았지만, 나는 30년을 미국사람들 서브하면서 자존심 버티고 살아온 사람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몰라도 다 늙어서까지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은 나는 절대 반대한다"고 극구 말린다.

그리고 아내는 "당신이 앨라배마 현재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젊은 사원들이 소나타 엔진이 일본 미스비시 자동차와 미국 크라이슬러에 팔린다는 말을 듣고 감격하여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봤다"며 "그렇게도 일을 하고 싶으면, 한국사람들보다 미국사람들이 더 당신의 말을 신뢰해 왔으니 자동차 정보를 전하는 일에 나서보라"고 권했다.

사실 정비공 시절 나를 믿고 자동차를 보내주던 정비공장이 수도 없이 많지 않았던가. 자동차 딜러들이야 정보에 밝겠지만 소규모의 정비공장들은 새로운 기술정보를 전해 주는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동차 정비공장을 들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대차 엔진이 일본 및 미국 자동차에 사용되고, 엔진 타이밍 벨트가 반영구 부속으로 개발되었다고 알려주기 시작했다. 또 전복 방지 시스템 및 미끄럼 방지 시스템은 내가 샵 메뉴얼을 읽고 연구한 후 다시 와서 알려주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어떤 바디샵에 가서는 현대차가 미 정부의 충돌 실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차츰 현대차의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전달될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하다 보니 가는 곳 마다 다시 찾아달라 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내가 할 일이 하나 생겼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동포들에게 한국의 자동차 공업수준의 향상이 어느정도인가 알려 주고 싶을 뿐아니라 더 열심히 낚시도 다녀 고기를 나누어 먹고 그동안 모은 책을 부지런히 돌려 읽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 송석춘 (올랜도 거주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