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보스톤 가는 길, 한밤중 길 잃어 차속에서 새우잠

(지난호에서 이어짐) 미 동부 해안선 하이웨이 95번이 마지막으로 끝나는 곳이 바로 보스톤이다. 마이애미에서 시작되어 보스톤까지 1,619 마일의 거리는 결코 짧은 거리라고는 볼 수 없는 길고도 긴 도로의 거리이다.

미국의 도로망은 크게 구분되어 가로 세로로 뻗어져 있는 것을 수 있는데 남과 북으로 가로질러 뻗어있는 길들은 홀수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1번, 5번, 75번, 95번 등으로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어 있고, 동과서로 세로 누어있는 길은 10번, 20번, 80번으로 쉽게 이름이 붙여져 있어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하기에는 아주 편리하게 설계가 되어 있다.

도로에서 헤매는 것을 즐기는 것이 여행

우리 부부가 낯선길을 갈 때는 옆에서 늘 지도를 펴놓지만 헤매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의례 상투적으로 왜 지도를 잘못 보았느냐고 탓을 하게 되고 그러면 당신은 왜 눈뜨고 사인을 보지 못했느냐고 서로 탓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헤매는것을 즐기는 것이 곧 여행이라 생각하며 서로 참는다. 때로 사정없이 헤매게 되면 정말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 웃고 만다. 우리는 이 일로 절대 싸우지 말자, 얼굴이 붉어지면 기분 나쁘고 정 떨어지고 마음 상하니까 즐겁게 여행하자 고 몇번이고 다짐해 본다.

보스톤을 가는 길이 왜 이렇게 협곡한지 모르겠다. 몇 마일의 앞길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산속으로 이리돌고 저리 구부러지는 뱀꼬리 같은 도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주요소 사인도 보이지 않고 숙박 시설의 사인도 없었다. 땅거미가 지는데도 아무리 달려도 아무것도 없고 산길로만 굽이굽이 들어가고 있었다. 두 시간을 계속 달렸는데 멀리 산비탈 깊숙이 개스와 숙박 시설 사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스 탱크의 눈금이 바닥을 기고 적신호가 켜진지 상당시간이 되어 언제 멈춰 설 지 불안한 상태였다. 힘겹게 찾아가 우선 개스부터 가득 채우고 모텔로 갔다.

그러나 이미 손님이 다 차고 빈 방이 없다고 한다. 다른 모텔로 갔으나 역시 빈 방이라곤 남아 있는게 없었다. 이제는 호텔로 갔으나 역시 방이 없다고 한다. 그때 시계를 보니 밤 10시 26분. 이곳은 숙박시설과 음식점 그리고 개스등이 모두 한 곳에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모두가 빈 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데스크에서 약 150마일 쯤 더 가면 호텔이 있다고 알려준다. 이제 개스가 충분하니 별 걱정은 안 되었지만 시장기도 들고 피로가 갑자기 엄습해 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두 시간은 더 가야 했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 아니라 꼭 가야만 할 길이었다.

밤은 칠흙같이 어두워 헤드라이트의 불빛조차 어두운 느낌이다. 도로에 운행 차량은 점점 줄어 들고 있으나 갈 길은 멀었다. 약 두 시간쯤 가 95번 하이웨이에서 빠져 나가는 길을 찾아 나갔다. 분명 사인을 보고 나갔는데 한참을 가도 그가 말한 숙박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예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노변에 세우고 실내등을 켜 지도를 보며 방향을 찾고 다시 95번으로 원래의 길을 찾는다는 것이 또 잘못 들어 엉뚱한 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이제는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95번의 기본 도로를 잃어 버린 것이다.

사방을 분별할 수 없는 칠흙같은 밤이 되어 지도에서조차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어차피 오늘밤은 고생길로 들었으니 오던 길 방향으로만 무조건 달려가 보았다.

보스톤 가는 길, 방 없어 가고 또 가다 결국 길을 잃다

그런데 예상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어느 조그마한 이름도 모르는 도시에 당도했다. 힐튼호텔의 간판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찾아갔으나 빈 방이 없는 것은 매 일반이었다. 나는 숙박비를 더불로 지불하겠으나 잠만 잘 수 있는 곳이라도 없느냐고 했다. 그는 지금이 몇시인데 방이 있겠느냐며 여름 시즌에는 오후 4시나 5시면 방이 모두 차서 빈 방이 없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보스톤까지는 몇 마일이나되느냐고 하니 정확히 120마일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두 시간이면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런데 보스톤 역시 상황은 똑 같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게 되자 더 이상 드라이브는 않기로 하고 호텔 파킹장 끝맨구석에 주차시켜 놓고 차속에서 도둑 고양이 잠을 자게 되었다. 그때 시간은 새벽 2시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두 눈꺼풀이 당기고 뻣뻣해지기만 했다.

저녁도 먹지 못했으니 허기진 시장기로 말을할 수 조차 없었다. 배에서 나는 쪼르륵 소리는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방마다 열어 보았으나 먹을 것이 그날따라 없었다. 초콜릿, 캔디, 쥐포 따위로 간식이될 만한 것 조차 전혀 없었다. 식사대용물이 없는 것이 확인되자 더욱 배가 고팠다. 차 밖으로 나가려 해도 누가 밤에 파킹장을 배회한다고 도둑으로 착각하고 총이라도 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우리는 차안에서 죽은 듯이 날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 다섯시가 지나면서 먼동이 트기 시작하여 물 한컵 마시고는 95번 하이웨이를 찾았다. 95번 도로에 올라섰을 때는 완전히 날이 밝은 때였다. 가면서 살펴보니 갔던길을 다시 돌아 오기도 했고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가기도 한 것이 마치 여우 꼬리에 홀려 캄캄한 어둠속에서 밤새 해매인 것과 같았다.

운전대를 잡은지가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졸음이 왔다. 꾸벅 졸면 아내는 어깨를 툭 치면서 경고를 한다. 그러나 이내 10분도 채안되어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더 이상 운전은 무리인 것 같아 맥도널드에 들어가 세면도 하고 이도 닦은 뒤 빅맥으로 끼니를 대신했다.

맥도널드에서 나와 다시 정리된 마음으로 운전을 한참 하고 가다 보니 드디어 보스톤에 진입하게 되었다. 고생끝에 찾은 보스톤이었다.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