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평양- 마지막 날 만찬] 아쉬운 작별을 건배로 달래고...

"통일의 완주를 위하여!"
"내년 만남을 위해 우리 모두 쭈~욱 들이킵시다"

오마이뉴스 평양-남포 통일마라톤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측 대표단 환송 만찬장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온 축배의 구호다. 남쪽 참가단 144명과 북측 관계자 30여 명은 자유롭게 뒤섞여 축배의 구호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혔다.

25일 저녁 8시 30분, 평양 고려호텔 2층에서 열린 송별 만찬은 석별의 아쉬움보다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자리였다. 남측 참가단은 "내년에도 통일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꼭 참가하겠다"며 "쉽게 잊지 못할 감격을 가슴속에 담았다"고 입을 모았다. 북측 관계자들도 "우리 이렇게 헤어지지 말고 빨리 통일합시다"며 "이런 화해 분위기가 계속 되면 금방 통일되지 않겠습니까"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날 송별 만찬에서는 남쪽 여성과 북쪽 남성이 술잔 든 팔을 서로 엮어 술을 마시는 '일명 러브샷'이 곳곳에서 벌어져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남남 북녀'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풍경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남쪽 방문객을 맞이해 본 경험이 많은 북쪽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은 그 동안 "남쪽 분들에게서 배웠다"며 대동강 맥주와 소주를 섞는 일명 '폭탄주'를 제조해 남쪽 참가단에게 권하기도 했다.

한 북쪽 안내원은 "고조 술은 이렇게 잘 섞여서 목으로 술술 넘어가는데, 왜 북남은 이렇게 잘 안 섞이는지 모르갔습네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200여 남북 동포들은 이날 만찬장에서 생일을 맞은 최대웅(50)씨와 신연하(43)씨의 축하파티를 즉석에서 열어주기도 했다. 생애 처음으로 평양에서 생일을 맞이한 이들은 남북 동포들에게 축하 박수를 받는 뜻밖의 영광을 누렸다.

송별 만찬은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애초 남북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예정에 없었던 일. 그러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통일의 완주를 위하여!"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은 구호를 따라 외친 후 노래를 함께 불렀다.

공식 송별 만찬은 밤 11시에 마무리 됐지만 남쪽 참가단과 북쪽 안내원들은 호텔 내 주점에서 밤이 깊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송별사에서 "통일마라톤 대회를 통해 남과 북은 함께 평양의 심장을 달렸고, 우리의 심장에 북녘 동포들을 담고 떠난다"면서 "7천만 겨레가 통일의 길을 완주할 수 있도록 선구자가 되자"고 밝혔다.

박경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은 "통일마라톤 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우리 민족의 통일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조국통일의 이정표인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길에서 영예로운 우승자가 되어 통일 결승 테이프를 끊자"고 말했다.

평양 통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 144명은 이날 오전 평안북도 향산 묘향산 보현사와 국제친선전람관 그리고 평안북도 구장군 용문대굴을 관람하며 일정을 보냈다. 용문대굴은 그 동안 남쪽 인사들에게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곳으로 남쪽 참가단의 관심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틀별취재팀 (오마이뉴스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