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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10ㆍ26은 민주혁명" 1심 최후진술
[김재규 평전: 제27회] "나의 거사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것"


▲ 최후진술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 자료사진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전두환 신군부의 12ㆍ12군권 탈취사건으로 재판정은 더욱 기울어졌다. 그리고 재판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공판이 시작된 지 불과 14일 만인 12월 18일 제9회 공판을 마지막으로 사실심리ㆍ증인신문ㆍ증거조사 등을 모두 마치는 초고속 재판이었다.

중앙정보부장의 국가원수 살해라는 엄청난 사건이고 피의자가 8명이나 되는 대형사건인데, 재판은 초고속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김재규ㆍ김계원ㆍ박선호ㆍ박흥주ㆍ이기주ㆍ유성복ㆍ김태원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궁정동에서 김재규가 사용했던 권총을 땅에 파묻은 유석술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최후진술을 마치고 마지막 김재규의 진술이 시작될 때 10분간 휴정을 선언하고 방청객을 모두 내보냈다. 변호인과 김 피고인 가족 4명만을 남게 하였다. 그가 최후진술에서 국가기밀을 공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의 최후진술은 논리 정연했고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사형을 눈앞에 둔 피고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토해내는 웅변, 바로 그것이었다."(주석 7)

김재규는 최후진술에서 10ㆍ26을 혁명이라 지칭하면서 건국이념이고 국시인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거사가 어떻게 내란죄냐 묻고, "대장부로 태어나서 죽을 수 있는 명분을 찾은 것으로 죽음의 복을 잘 타고 난 사람"이라고 사생관을 피력했다. 최후진술의 주요 부문을 세차례 나눠 소개한다.

이 혁명이 어떻게 내란죄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까?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대한민국 전체 국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3700만이 다 같이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회복시키는 데 어찌하여 내란죄의 적용을 받아야 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또 10ㆍ26 혁명은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집권욕이나 사리사욕이 있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일념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혁명의 결과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보장되었습니다.

최 대통령께서는 권한대행 시절에 국민 앞에 공약을 했습니다. 현 대통령의 자리를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도중에 그만두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과도정부'를 의미하는 것이고, '과도'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해가는 과도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10ㆍ26 혁명의 목적은 완전히 달성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긴급조치 9호를 해제했습니다. 10ㆍ26 혁명이 없었던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으며,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일입니까? 이 또한 이 혁명의 성공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10ㆍ26 혁명은 5ㆍ16 혁명이나 10월 유신에 비해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허약한 민주당 정권을 무력하다는 이유로 밀어치우는 것과 집 앞마당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한 것에 비하면, 서슬이 시퍼렇고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유신체제를 정면에서 도전하여 타파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민주회복 국민혁명은 완전히 성공했습니다. 10ㆍ26 혁명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정정당당한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혈혁명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무혈로 혁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는 최소한의 희생은 부득이한 것입니다. 이번 혁명에서 최소한의 희생은 불가피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는 자유민주주의 회복과 자신의 희생과를 숙명적 관계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각하께서 희생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 각하를 잃은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고 마음 아픔을 비할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유신 이후 7년이 경과되었고, 영구 집권이 보장된 오늘날 박 대통령이 살아 있는 한, 20년 내지 25년 내에는 최소한 자유민주주의 회복이 안 된다고 볼 때, 가슴 아프지만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하여 이 혁명은 필연성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 모두 감상적이고 감정이 몹시 앞서 있기 때문에 사리 판단에 있어서 지나치게 판단하기 쉽습니다. 저에 대한 내란죄 심판도 그런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상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정치 현실은 정치 현실대로, 감상은 감상대로 냉정히 판단해서 엄연히 구별해야 합니다.

저는 법을 잘 모르지만, 때나 경우를 가리지 않고, 공정한 법을 적용하기 위해 판례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스스로의 생명을 구걸하기 위해 최후 진술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대장부로 태어나서 제가 죽을 수 있는 명분을 찾은 것으로 죽음의 복을 잘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저는 오늘 죽어서도 영생할 수 있다는 자부가 있기 때문에 조금도 생명을 구걸할 필요가 없습니다.


"5ㆍ16이 남긴 쓰레기 설거지 하고자"

김재규는 법정진술에서 고향 선배이며 직속상관인 박정희를 시종 '각하'라고 호칭하고 그의 사생활 관련해서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부하인 박선호가 변호인의 신문을 받고 소행사ㆍ대행사의 내막을 진술하려 하자 이를 제지시켰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거사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것이었음을 주장했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시작한 최후진술에서 "김 피고인은 물을 한 컵 청해 마시고 정성껏 다듬은 문장과도 같은 최후진술을 전개해나갔다. 메모를 준비하지 않은 채 30여 분간 이어진 웅변을 통해 그는 '10ㆍ26혁명'의 의의와 불가피성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 놓았다." (주석 8)

다음은 최후진술의 중간 부문이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비교하면, 이승만 대통령은 그만둘 때 그만둘 줄 알았으나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희생되더라도 끝까지 방어를 해낼 사람으로 그만둘 사람이 아닙니다. 많은 희생자가 나도 자유민주주의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본인은 이를 알기 때문에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지주(支柱)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지만, 더 이상 국민들이 당하는 불행을 방관할 수가 없어 이 사회의 모든 모순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뒤돌아서서 그 원천을 두드려 부순 것입니다.

저의 10ㆍ26 혁명의 목적을 말씀드리자면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유민주주의 회복입니다.
둘째는, 국민의 보다 많은 희생을 막는 것입니다.
셋째는, 궁극적으로 적화방지(赤化防止)에 목적이 있습니다.
넷째는, 혈맹이요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가 건국 이래 가장 나쁜 상태이므로, 이 관계를 완전히 회복해서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국방을 위시해 외교, 경제까지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익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국제적으로 독재국가라는 나쁜 이미지를 씻고 국제사회에 이바지하여 이 나라 국민과 국가의 국제사회에서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두가 10․26 혁명의 결행으로 해결이 보장되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한마디 확실히 해둘 것은 저는 결코 대통령이 되려는 목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는 군인이요, 혁명가입니다. 군인이 정권을 잡으면,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독재를 마다하고 혁명을 한 사람이 다시 독재의 요인을 만들겠습니까? 각하와의 개인적 의리를 청산하고 혁명했습니다만, 각하의 무덤 위에 올라설 정도로 저의 도덕관이 그렇게 타락되지 않았습니다.

혁명의 결행은 성공했습니다만, 혁명 과업을 손대지도 못한 채, 50여 일이 흘렀습니다. 혁명 결행에 못지않게 혁명 과업 수행이 중요합니다. 장장 19년 동안 이 나라에는 많은 쓰레기가 꽉 들어찼습니다. 이런 쓰레기를 설거지하지 않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증권파동 등 4대 의혹 사건은 국민을 우롱했으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많은 치부를 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곧 6ㆍ3 사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당시 저는 사단장으로 서울에 나와서 사태를 진압하는 지휘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상황을 역력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때 치부한 돈 한 푼도 정부에서 환수한 일이 없습니다. 이래가지고도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것들을 설거지 하지 않고도 자유민주주의를 출범시켜서 순조롭게 가겠습니까?

지금은 우리나라에 핵심이 없습니다. 각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핵심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이 상태가 가장 어려운 상태이고,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4ㆍ19혁명 이후와 비슷합니다. 주인이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자유민주주의가 출범하게 되면, 힘센 놈이 밀면 또 넘어갑니다.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이것을 막는 길은 오로지 민주 회복을 지도한 저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군의 주요 지휘관들과 협력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출발시켜놓고, 이것을 보호하는 데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석
7> 김재홍, 『박정희 살해사건 비공개진술 전(全) 녹음 최초정리(하) - 대통령의 밤과 여자』, 326쪽, 동아일보사, 1994, 이후 ('비공개진술(하)' 표기)

8> 앞의 책, 326쪽.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월 17일, 월 6: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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