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거쳐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을 가다

(지난호에서 이어짐) 버지니아까지 단숨에 내달려 온 것은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화로만 대화를 하다가 오랫만에 서로의 만남에 대한 희망과 감정을 억누르면서 우선 전화로 우리의 숙소를 알려주고 가게 일이 끝나면 만나자는 시간 약속을 했다.

처의 친구 부부를 만나 회포를 풀다

이름이 '영숙' 이라는 아내의 친구는 여고시절 가장 친한 친구이다. 처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틀동안 플로리다를 출방해 조지아주, 사우스 캐롤리나주, 노스 캐롤리나주를 거쳐 버지니아주까지 1천여 마일을 달려와서 이제 상면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내와 그 친구가 만나면서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서로 부등켜 안을 것을 마음속으로 상상해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잠시후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친구가 들어온다. 조금전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 서로가 끌어안은 채 아무말 없이 무거운 침묵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마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채 말문을 열지 못하고 지나온 과거의 추억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친구의 남편과 나는 뒷전에서 창밖의 먼산을 바라보다 서로 마주 보았을때는 그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물기가 번져 있었다. 그동안 전화로 서로간의 안부와 비즈니스 관계 그리고 일상 생활에 대한 여러가지에 많은 대화를 해왔던 터라 내게도 이미 친구가 된 사이였다. 저녁을 이미 먹었는 데도 선의의 강요에 의해 한국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떠밀려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친구는 식품 편의점 두개를 운영하면서 꽤나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중소기업에 깊이 발을 들였던 터라 사업에는 남다른 탁월한 재능이 있었고 곁에서 보기도 매우 좋았다.

우리도 비즈니스를 해 보았지만 바쁜 때 손님 접대란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려고 우리의 하루 일정을 따로 잡았다.

무엇 보다도 당장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시어즈에서 자동차 짐박스를 324불에 구입해 호텔 파킹장에서 차 위에 부착 시켰다. 그리고 차속 이곳저곳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을 꺼내 집어 넣었다.

떠나올 때 추운지방으로 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속 내의와 오버코트 등 겨울옷과 이불까지 잔뜩 싣고, 여행중 자주 갈아입을 옷은 옷걸이에 걸어 차안에 가득 실었으며 취사 도구와 음식물 등 아이스박스, 야전용 의자 2개 그리고 골프클럽까지 실었으니 중형 벤스차인데도 우리 두사람 외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쌀 한푸대 실을 공간이 없어 이틀동안 운행하는데 여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 필요치 않은 물건은 모두 짐 박스에 집어넣고 나니 공간이 좀 생겨 다소 편리한 여행 생활이 기대 됐다.

그날 우리는 함께 워싱턴 DC에 관광을 갔다. 나는 몇 년전 단체 관광으로 대충 둘러보았지만 아내가 워싱턴 DC를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같이 동행이 되어 주었다.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세바퀴를 돌고 네 바퀴를 돌던 중 천신만고 끝에 겨우 빈자리 하나를 발견하고 동전 25전짜리를 있는대로 모두 집어넣었다.

워싱턴광장의 진수, 국회의사당에 들어서다

미 합중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는 세계 정치와 외교의 중심지로 국회 의사당의 당당한 위용과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있는 각 관청 그리고 박물관 등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우리도 그들속에 끼어 밀려 다니면서 꼭 보아야할 곳만을 골라 찾아 다녔다.

워싱턴은 거리명과 주소가 방위로 나누어져 있는데 북, 동, 남쪽으로 뻗어있는 세개의 캐피털 거리를 경계로 북동, 북서, 동남, 남서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것이 특이하다.

국회 의사당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가로지르는 거리는 2블록 떨어진 A스트릿에서부터 수십블록 떨어져 있는 W스트릿에 이르기까지 알파벳 순으로 이름이 붙혀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남북으로 향한 거리는 국회 의사당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 거리의 번지는 100번마다 1블록으로 되어있어 주소만 보면 그 위치가 대략 어디쯤인지 짐작 된다.

우리가 제일 먼저 가본 곳은 국회 의사당이었다. 안방 TV화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눈에 익은 건물이 바로 캐피털이다. 백악관과 함께 워싱턴 광장의 진수이다.

현관 문을 들어서자 첫눈에 보이는 것이 높은 천정에 그려진 원형 그림이다. 천사들을 그린 화가의 이름은 기억할 수 없으나 그림을 그리다 떨어져 죽고 그 다음 세대의 화가가 대를 이어 완성했다는 그림은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회 의사당은 1800년에 수도가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옮겨진 이래 미 합중국의 상징이 되어 정치 1번지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경제, 외교 문제가 토의 결단 되어온 곳이다.

그리고 복고 양식의 국회 의사당 건물은 최상탑 자유여상까지 높이 88m, 폭은 110m 좌우 230m의 길이로 펼쳐져 있는데 1793년에 착공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워싱턴에서는 국회 의사당 건물의 주철제 둥근지붕 꼭대기가 가장 높으며 밤에 이 지붕에 불빛이 있으면 국회가 아직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앙의 돔 아래는 유명한 로둔다(Rotunda)로 둘레의 벽에는 콜럼버스부터 미국의 역사를 그린 유화 보조가 장식되어 있었다. 또한 이 건물의 한가운데는 레이건 대통령에서부터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이르는 정치가들이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커다란 홀과 공공장소는 정치가들의 기념비와 상으로 가득 차있다.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