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모여 '우리식 대로' 추석 명절 보낸 이야기

우리민족은 흰 옷을 숭상하여 백의 민족이라고 한다. 힌 백(白)은 깨끗하고 밝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없다는 뜻도 있어 인간적이며, 도덕적으로 흠집이 없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후손들께 물려주고 있다.

이같은 근본을 바탕으로 5천년을 내려오면서 낡고 거추장스러우며 불필요한 것은 없어지고 새롭게 변화되고 좋게 진보한 것들만 조상들께서 보존하여 후손들에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미풍양속이다.

다민족 문화와 풍습이 공존하는 이민생활에서는 그 많은 미풍양속을 다 지켜 나갈 수는 없지만 반드시 챙겨야 될 고귀한 민속문화를 들자면 첫째 효도문화요 둘째는 조상을 섬기는 조상숭배문화며 셋째는 경로문화라고 본다.

이같은 문화가 진행되면서 미풍양속이 정립되어 이어져오고 다시 우리 이후의 후손에게까지 이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올해 추석을 지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이민생활이지만 앞에서 말한 세가지의 고유전통문화가 복합적으로 혼합된 설과 추석명절의 차례와 부·조 2대의 기일만은 지켜나가는 것이 자손된 도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차례와 기일 의식을 전통적인 격식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이곳 이민생활의 실정임을 감안하여 각자 적합한 방법을 찾아서 현실에 맞게 하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정체성을 갖고 전통사상과 이념상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방법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이민생활 20년동안 위 세가지 행사만은 열심히 지켜오고 있다. 이민전에는 차례와 제사로 모셨으나 이곳 미국에 이민와서는 전 가족이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며 이민생활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설과 추석명절은 각기 다른 직장과 사업관계로 아침에 모일 수 없으므로 전 가족이 전부 참석할 수 있는 저녁시간에 조상을 생각하고 그분들의 과거사를 살피면서 하나님께 감사 드리는 기독교식 예배로 드리고 있다.

또한 부모와 조부모의 제사도 추도예배로 드리고 있음은 물론이며 그때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을 더하도록 노력한다.

이번 추석에도 타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 손자와 대학 기숙사생활을 하는 둘째 손자만 참석하지 못하고 12식구가 다 모여서 하나님과 조상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어린 손자손녀들에게는 우리민족의 추석풍습 이야기를 들려주고 조상님들의 역사적인 얘기들을 들려 주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인지라 신기한 듯 질문도 하면서 흥 이 나는지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내가 어려서 설과 추석을 당하면 부모님들께서 새 옷과 새 신을 사주셨다고 하니 왜 설과 추석에만 사주느냐? 며 의아한듯 물었다.

그래서 가정교육을 엄하게 하신 옛 어른들은 절약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셨고, 옷이나 신발 등을 아무때나 사주지 않고 설과 추석 명절에 조상님께 제사 지내는데 깨끗한 옷과 신발을 신도록 하셨다 고 하니 낄낄거리며 웃는 것이 보기 좋았다.

추석예배가 끝나고 아이들 할머니가 매년 그랬듯이 정성껏 장만한 토란과 소고기 사태를 넣고 끓인 토란탕과 선물로 들어온 송편 등 풍성한 추석 식탁에서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 또한 아름답고 풍성한 가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이민자들에게 고유한 우리의 미풍양속을 지켜나가는 여유를 가져 보기를 권유한다. / 신범수 (탬파 거주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