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막에 영어 배우기의 고충

한국에서 돈내고 진료받은 사연 이란 신범수씨의 글을 읽고서 이민 1세들의 영어 고민을 동감했다.

또한 최근 영어를 배우겠다고 열심을 내고 있는 집사람에게 다 늙은 할멈이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니 이제 그만 두라 고 말해버릴까 망설이고 있던 터에 안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1년 전쯤이라고 생각된다. <코리아 위클리> 김기자가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한적이 있다. 내가 전화를 받으니 김기자는 조금 의아하다는 식으로 전화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전화 가 왔는데 통역할 한국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해 환자가 누구인가 물으니 집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사람이 우리집 사람이 맞다"고 답했다.

디즈니월드에서 노동일을 하다 넘어져 다쳤는데 영어를 정확히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병원에 오라고 한다는 말을 나도 들었다고 말하였다. 큰회사일수록 차후 소송에 대비하여 가족 아닌 사람으로 통역겸 증인으로 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주 커뮤니티 스쿨도 다시 개학을 하였다. 물론 집사람은 15불 내고 다시 등록을 하였다. 70년대 초 이민자들 중에도 정착금을 많이 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으나 대개 한국에서 살기 힘이 들어 취업이민온 사람이었다. 그들이 미국땅에 정착하기 위해 우선 영어공부부터 해야 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대부분 이민자들은 닥치는 대로 노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커뮤니티 스쿨에 나간지 반년만에 집사람은 제법 영어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허스밴드 를 그만 휴스벤드 라고 읽고 있는 것이 가련하기도 하나 6.25로 인해 배우지 못한 것을 한번도 누구의 잘못이라고 원망하지 않았다.

커뮤니티 스쿨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각나라 식당에 가서 메뉴를 읽고 각자 주문하는 방법을 실습하는 데 그간 여러 나라 식당에 나도 가보았다. 다음은 한국식당에 가자고 하여 집사람은 일부러 한국식당에 가서 가격을 알아보고 대충 어느정도라고 하였더니 대개가 각 이민온 저임금 노동자들이니 하품을 했다.

선생이 우리집에서 할 수 없겠느냐고 나의 생각을 은근히 타진했으나 오늘에야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다. 물론 일절 공짜다.

집사람의 소원이 손자 손녀들에게 자기손으로 영어편지를 쓰는 것인데 과연 늙어 죽기전에 그날이 올것인가. / 송석춘 (올랜도 거주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