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졸업식날 만감이 교차하여 울다

(지난호에서 이어짐) 둘째가 버클리를 졸업하는 날 이제 직장인으로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기회를 갖고 미국사회에 뿌리깊이 우리 한인들의 자랑스런 자화상을 심는 한부분의 뿌리가 되어 달라는 말을 간곡히 부탁했다.

우리는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분위기를 바꿔가며 지난 세월 이민 초기에 있었던 일들을 머리에 떠 올린다.

부모를 기다리다 지쳐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와요? 하고 화를 내곤 한다. 그러면 엄마는 일 때문이야. 미안해 그렇게 말하는 데, 나는 피곤해서 죽겠는데 너 왜 우리한테 신경질이니? 너희들 때문에 이 고생하는 거야. 엄마 찾아서 젖 먹을래 젖먹을거야? 다 큰 녀석이! 하고 소리를버럭 지른다. 괜히 힘들고 어려우니 짜증이 있는데로 난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민기가 학교는 제대로 갔는지 아침밥 시리얼을 먹었는지 세수는 했는지 어제 입었던 옷은 또 입고 가지나 않았는지 모두가 궁금하고 걱정 거리가 되면서 한번도 챙겨 주지를 못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 되었다.

1997년 6월 리버 리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보라색 가운을 단정히 입고 415명의 졸업생 대표 총학생 회장으로 단상으로 올라가 첫번째 연설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너무도 대견스러워 가슴속은 터질듯한 기쁨을 가졌다. 그러나 그동안 뒷바라지 한번 제대로 해 주지 못하고 고생했던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풀어지듯 죄책감을 느끼면서 아내는 너무도 감격하여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참았으나 뜨거워진 마음에서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끝내 참지를 못했다.

처음 미국에 올 때 가졌던 생각처럼 지난 20년동안 미국에서의 나의 삶은 많은 만남을 갖게 하고 그 만님을 통해서 나의 삶을 구체화 해 나가게 된 것이다.

겨울인가 싶더니 어느새 봄의 숨결이 이곳 저곳에서 느껴진다. 세월은 그렇게 잘도 흘러 아득한 미래의 일로만 여겨지던 일들이 순식간에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막내는 UF를 졸업하고 FSU 로스쿨을 졸업하게 되어 지난 5월1일 우리로선 마지막 행사인 법과 대학원 졸업식장에 갔다.

맨 먼저 졸업생 부모를 일어서게 하더니 참관자들로 하여금 큰 박수를 보내게 한 뜻은 오늘이 있기 까지 고생한 것을 감지한 듯 우리는 그 우뢰 같은 박수를 받을 때 마음에 드거운 눈시울이 지기도 했다.

졸업생 200명 가운데 '톱 10' 이내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아들 민기를 보면서 비록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이지만 저 단상위를 걸어가는 많은 석사들에게 이 법학도의 졸업식은 아마 자기인생 최고학부 수료를 인정받는 빛나는 성취의 자리로 평생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저 석사 하나하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겠구나 하는 황홀한 감격에 사로 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고 나니 내 나이도 이제 예순여섯 살이 되어 이제는 어느곳을 가봐도 노인으로 취급되는 대열에 서게 되었다. 그동안 어깨의 견딜 수 없는 고통때문에 수술 받을 것을 각오하고 수술 일정을 잡았다.

나는 수술 대기실 창문을 통해 살포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 성격인 나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며 오늘까지 살아왔다. 침대에 매달린 링거병에서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면서 잠시 마음속 깊이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마음속 기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내몸은 전신마취가 되어 버렸다. 4시간 후 회복실에서 간호원이 비디오 테입 한 개를 주면서 집에 가서 보라고 한다.

그것은 내 어깨의 뼈를 잘라내는 수술현장 사진을 자동 카메라 비디오에 담아준 것이었다.

전신 마취가 완전히 회복 되었을 때 뼈속으로 스며드는 통증과 고통. 이러한 아픔은 뼈를 깍아본 사람이 아니고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나는 이렇게 드라이클리닝을 처음 시작하고 너무나도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날 때마다 혼자서 연구하고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경험을 쌓아 가면서 역시 인간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얼마나 나약하고 미흡한 존재인가를 생각도 하게 됐다. 그리고 모든 일을 완전히 계획하고 완성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부족함과 무지를 먼저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하여 조금씩 터득하며 겸손하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면서 말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터득할 수 있음은 나의 직업을 통해서 일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내 인생에 새로운 자양분이 되어 값진 재산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문제를 하나 둘 처리하고 해결해 가면서 내 사업장의 조그마한 모퉁이에서 밝은 빛 한줄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니 그것이 영원한 나의 직업이 되었다.

세월이 남긴 것은 경험, 그리고 생각하며 듣는 것이다. 오늘 하루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이 험난한 세파속에서 묵묵히 뜨거운 스팀과 싸워 이기는 것이 승리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끝)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