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장 시신 공사중 우연히 발견
차량 조수석서 피해자 휴대전화 발견

돈을 받고 신생아 납치와 생모 살해라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에서 용의자들은 해외 원정출산 이란 일부 부유층의 출산문화까지 사건조작에 이용하였으며 특히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와 직업윤리까지 내팽개치는 잔혹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1990년 결혼해 2남매를 두고 있던 용의자 김모씨(36·여)는 2003년 3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최모씨(31)를 만나 가출했다. 이어 남편과 정식 이혼절차도 밟지 않은 채 최씨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에 들어갔다. 김씨는 상당한 재력을 갖춘 최씨와 결혼하기 위해 임신을 했다 고 거짓말까지 했다.

김씨는 결혼 한달 전인 2003년 10월 심부름센터 직원 정모씨(40) 등에게 미혼모 아이를 구해달라 고 부탁했다. 당시 불임 상태였던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입양을 하면 '허위 임신'이 들통날까봐 심부름센터를 통해 신생아를 찾게 됐다 고 말했다.

정씨 등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잔인한 범죄행각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은 김씨로부터 7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신생아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유아원, 신생아실 등을 뒤졌으나 경비가 삼엄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정씨 등은 지난해 5월 신생아를 안고 길을 가던 ㄱ씨(23·여)를 골라 승용차로 납치한 후 차 안에서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시신마저 강원 고성의 야산에 암매장해버렸다.

김씨는 지난해 2월 "미국의 친정에서 원정출산을 하고 오겠다"며 시댁을 속인 뒤 서울 천호동 친구 집에 머물다 한달쯤 지나 "입국했다"며 귀가했다. 김씨는 동거남과 시댁에 "갓난아기여서 바로 데려올 수 없었다"고 속인 뒤 정씨 등이 납치해 데려온 아기를 "외삼촌이 미국에서 데려왔다"고 둘러댔다.

한편 정씨 등 3인조의 범행은 살해 및 암매장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 김씨를 다시 찾아가 돈을 더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고 협박해 5천여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ㄱ씨의 시신이 암매장된 뒤 한달 만인 지난해 6월 미시령 관통도로 공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즉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단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22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순찰 근무를 하다 삼릉공원 앞에서 신호대기중이던 용의자 정씨 차량에 대해 차적조회를 한 결과 뺑소니 차량인 것으로 밝혀져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이 차량의 조수석에서 발견한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전화번호를 일일이 걸어 살해된 ㄱ씨의 것임을 밝혀냈다. 곧바로 정씨 등을 붙잡은 경찰은 이들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한 강남서 정성기 형사과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강력사건을 접해봤지만 이번처럼 반윤리적이고, 충격적이며, 가슴 아픈 사건은 처음 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연하의 남자를 사랑했으며, 이 남자를 놓치기 싫어 거짓 임신 및 입양까지 하게 됐다"며 "그렇지만 아기의 친모를 살해하고 암매장하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본국 한겨레 신문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