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시골 구석에서 미국 온 목적 되뇌이다

"따르릉, 따르릉!"

알람 시계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예달아! 일어나라. 일어나, 일어낫!"

아침부터 목청을 돋구어 아이들을 깨워 등교시킨 후 나도 바쁘게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한다. 한참 이일 저일을 하다보면 아침 나절이 금새 지나간다.

간단한 점심을 해결한 후 집으로 전화를 해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 왔나, 혹시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돌아다니지는 않나, 항상 신경은 쓰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전화로 "밥먹었니? 공부해라"다.

채 말도 끝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대답한다.

"숙제 다 했어요. 밥먹었어요. 밖에 안나가요!"

일 안하고 집에 있으면 아이들한테 잘 해줄 수 있는데 미안할 따름이다.

장사도 시원치 않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집에 들어와 부산스럽게 식사준비를 하는데 따르릉! 따르릉! 그놈의 전화 벨소리 참 요란스럽게도 울린다.

아이가 받더니 "여보세요.. 나 크리스인데요... 너는 누구야요... 기다리바요... 엄마! 코리아 전화... 니 동생이야" 한다.

아이고 맙소사! 그렇게도 열심히 한국말을 가르켰건만 이 정도라니....
한국말이 어려운거야 머리가 나쁜거야. 아이한테 핀잔을 주지만 웃음이 난다.

한국에 있는 남동생으로부터 전화였다.

"누나! 나야 나! 지금 죽이는 사시미에다 소주한 잔 걸치다 누나 생각이 나서..." 라며 시작하더니 "그래도 한국이 좋지 플로리다 시골 갈데도 놀데도 없고 감옥살이 미국생활 무슨 재미냐 한국에 놀러와라! 야- 이맛 죽인다 죽여!"

염장 지르는 소리만 실컷 하다 전화를 끊는다. 반가움과 동시에 은근히 약도 오르고 샘도난다.

"야! 누구는 한국 놀러가기 싫어 안가냐? 나도 멋있게 차려입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최고급 와인 마시며 우아하게 분위기 잡고 싶어 짜식아-"

쓸쓸히 읖조리다 갑자기 "내가 미국에 왜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애들때문에, 애들 때문에 왔지" 라며 머리를 주억 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읖조렸다.

"그래 우리는 코리안이다. 우리 부모님들 옛날 그 어려웠던 보리고개를 넘기면서 땅 팔고 소 팔아 학비대며 자식 잘되기만을 고대하지 않았던가. 그래, 우리는 그들의 자손이다. 나도 우리 부모님들 같이 열심히 일해 내 자식이 이땅에서 싹트고 열매맺을수 있게 거름이 되어주자. 이 거대한 미국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물로 뿌리를 내리게 도와주자. 과학자의 어머니, 정치인의 아버지, 기업가들의 부모...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동생에게 이렇게 속으로 말했다.

"야 이맛 죽인다 죽여, 네가 이 맛 알기나 하냐?" / 서니박 (마이애미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