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표단, 헌정사상 첫 국회방문 "17대는 종전과 많이 다르다"

"오늘 사실상 남북 국회회담의 첫발을 뗀 것 아닙니까."

8·15 민족대축전 북측 대표단 중 한 명이 16일 국회를 방문해 남긴 말이다.
그는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 등과 함께 한 오찬에서 남쪽의 한 의원이 "어서 빨리 남북 국회회담을 해야겠다"고 말하자 밝은 표정으로 이같이 화답했다고 한다.

오찬에 앞서 김기남 단장(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북측 대표단을 만난 김 의장과 5당 원내대표 등 남쪽 국회의원들도 남북 국회회담 개최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북측 대표단도 사실상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 단장(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이번 행사 등을 통해 느낀 남쪽 국회의원들에 대한 친밀감을 가감없이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접견에서 안 단장은 "과거에도 남측 국회의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17대 국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그전에는 만나면 판판히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단장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 철벽강산이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만나면 대화가 되고 서로 협력하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 단장은 "17대 의원들은 종전과 많이 다르다"며 "7·4 남북공동성명과 6·15 공동정신에 바탕해 우리가 손잡고 발맞춰 나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많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기남 북측 대표단장도 "이제 남측 국회가 북남의 조국통일 사업에 더 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방문이 북남 화합과 단합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깜짝 시' 발표했던 림동옥, 이번엔 '깜짝 고백'

어제(1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연 환영오찬에서 남북의 하나됨을 노래한 '깜짝 시'를 발표했던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인민의 교류에 비해 국회는 그렇지 않아 부끄럽다"며 '깜짝 고백'을 했다.

접견에서 "북한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남측으로 말하면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한 말씀 꼭 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연 림 부부장은 "우리는 모두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함께 하는 '6·15 세대'인데 북측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으로서 인민들에게 조금 부끄러운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 북남(관계)은 당국은 물론 인민들 간에도 교류, 협력을 하는 등 이미 멀리 (앞서) 가고 있는데 국회만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림 부부장은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측 최고 인민회의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결의를 발표한 바 있으나 남측에서도 그런 결의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이제는 우리도 6·15 남북 공동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 남북 국회회담 필요성 강조... 강재섭 "국회만 뒤쳐질 수 없어" 동조

남측도 남북 국회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회담개최 의지를 북측 대표단에 전달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인사말에서 "국회도 이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남북 정치인간 대화의 틀이 중요하다"고 남북 국회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남북관계 발전에 국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드는 데 양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고,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제 국회만 뒤로 쳐져있을 수는 없다"며 "오늘(16일) 북측 대표단 방문이 남북 국회회담을 성사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각당 원내대표들은 북측 대표단에 친밀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림동옥 부부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이 원내대표가 한창 기자로 일하던 지난 85년,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간 예술단 교환을 위한 남북회담 당시 기자로서 림 부부장을 만났다는 것.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는 남쪽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정당과 교류를 하게 됐음을 소개했다.

천 의원단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이달 말 20명의 방북단을 구성해 북한을 방문해 조선사회민주당과 6·15 시대의 우리 정치인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서로 연구하고 토론할 예정"이라며 "남측 정당으로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북측대표단 "6자회담 믿어달라"... 북측 문제삼는 듯한 발언에는 곧장 '유감'

한편, 이날 접견에서 북측 대표단은 남쪽 국회의원들의 질문이나 주장에 즉석에서 화답하는 등 시종일관 허물없는 태도를 유지했다.

림동옥 부부장은 이낙연 원내대표가 "6·15 공동선언에 기초해 남북관계가 날로 발전하고 있으나 더욱 획기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핵문제에 대한 북측의 결단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같은 북측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지금 회담(6자회담) 개통해서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으니 그걸 믿어달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앞서서도 김원기 국회의장이 인사말 머리에 김기남 북측 대표단장을 향해 "어떠시냐, 지난 이틀간 남측 국민들을 접해보셨을텐데 대다수 국민이 마음으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하는 것 같지 않는가"라고 묻자 김 단장은 "그렇다, 직접 목격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측 대표단은 북측의 태도를 문제 삼는 듯한 발언에 대해서도 곧장 유감을 표했다. 그중 한 예가 이날 접견에서 김낙성 자민련 원내대표의 말에 대한 림동옥 부부장의 답이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남북 관계에서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이산가족 상봉인데 이에 대해서는 북한이 더욱 과감하게 터줘야 한다"며 "나이 들어가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포함한 남북 교류에 북이 더 집중적인 노력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림동옥 부부장은 바로 김 원내대표에게 "현재 금강산에 (이산가족) 면회소가 건설중인 것 알고 계시지요? 그리고 이번에 북남간 화상 상봉이 잘 이뤄진 것도 알고 계시지요?"라며 북측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