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대(UF), 하버드대 다음으로 결선자 많아

미국에서는 해마다 학업 성적과 과외활동이 뛰어난 미 전역의 고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내셔널 메릿 스칼라쉽(National Merit Scholarship)' 장학생을 선발한다.

전국 2만여개 고등학교 130만 명의 고등학교 1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치뤄진 PSAT 시험 결과를 토대로 준결선과 결선을 거쳐, 내셔널 메릿 $2,500 장학금, 기업후원 메릿 장학금, 대학후원 메릿 장학금 등 3가지 분야에 각각 선발되는 총 장학생수는 약 8천여명.

이들은 PSAT 에서 각 주 0.5%이내 점수를 획득한 학생들이다. PSAT시험은 다음 학년에 치뤄질 대입 수능 시험인 SAT 예비시험이다.

내셔널 메릿 장학회는 결선자(파이널리스트·finalist)를 선발하기 전에 각 주에서 PSAT 점수를 기준으로 1%에 해당되는 학생인 준 결선자(세미-파이널리스트·semi-finalist)를 우선 선발한다.

올해 준 결선자는 1만6천명이며 이중 90%가 결선자로 선발됐다. 이후 장학회는 결선자로 선발된 학생들의 과외활동과 에세이 등을 참작, 약 과반수인 8천여명의 학생을 마침내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내셔널 메릿 결선자, 한 학교에서 1명 나올까 말까

내셔널 메릿 장학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선자에 선발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플로리다에서 세번째로 가장 큰 교육구인 힐스보로 카운티에서 올해 결선자로 선발된 인원은 44명. 공립학교와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사립학교를 모두 합쳐 환산해 본다 해도 한 학교에서 1명정도 나올까 말까한 '수퍼 수재' 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은 거의 확정적이라 할 수 있으며, 여타 경쟁이 심한 대학들로부터 상당한 장학금을 제시받는다.

명문대학이 아닌 일부 '평이한' 대학이라면 학비나 기숙사비는 물론 대학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보조받고도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에 근접하는 액수의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해마다 많은 대학들이 내셔널 메릿 결선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장학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학구적 지명도를 높히기 위한 것. 사실 이같은 액수는 우수한 운동 특기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액수와 맞먹는다.

그러나 내셔널 메릿 결선자들에 대한 플로리다 대학(UF)의 각별한 관심은 타 대학의 정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탬파트리뷴지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대는 미 전국에서 하버드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내셔널 메릿 결선자를 보유하고 있다.

312명의 내셔널 메릿 결선자를 입학시켰던 하바드와 259명의 결선자를 끌어들인 UF 와의 차이점이라면 '장학금 제공' 이다.

하버드가 이들 결선자들에게 특별한 장학금을 제시하지 않는 반면, UF는 215명의 학생들에게 학비, 기숙사비 등 여타 비용을 제외하고도 2만2천여불에서 3만8천여불의 장학금을 제공했다.

올해 탬파 플랜트 하이스쿨을 졸업한 마티 페르난데즈란 학생도 이 혜택을 받을 학생중 하나가 될 예정이다. 마티는 SAT 1,600백점 만점 중 1,520점을 획득한 수재로 아이비리그 대학의 하나로 일컫어지는 콜롬비아 대학에서도 입학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의학분야에 뜻을 가지고 있던 마티에게 플로리다 대학은 2만2천여불에 달하는 장학금을 제시했다. 이는 마티가 내셔널 메릿 결선자 였기 때문.

사실 마티가 가고 싶었던 콜롬비아 대학은 내셔널 메릿 결선자라고 별도의 장학금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마티는 플로리다대학이 있는 게인스빌로 갈 예정이다. 그만한 장학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마티의 생각이다.

UF 이어 USF 메릿 결선자 끌어모으기 '혈안'

탬파 소재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은 더욱 화려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미 대학 순위 50위내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이 대학은 '50위' 조건 중의 하나가 '내셔널 메릿 결선자 다수 보유' 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대학은 플로리다주 출신 결선자에게는 4만불 상당의 장학금을 제시하고, 타주 학생에게는 거의 두배 가까운 액수를 책정한다. 학생들은 고액의 장학금 외에도 등록금, 기숙사비, 식비, 실험비, 해외 유학비, 교과서비 등 주정부 장학금이 커버해주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제공받고 있다.

USF는 2004년 신입생중 단지 3명의 내셔널 메릿 결선자를 보유했으나, 올해는 더욱 좋아진 조건으로 인해 12명 정도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SF와 여타 플로리다 주립대들은 이들에게 들이는 비용을 주정부 보조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교육비평가들은 그러나 표준화된 수능시험 결과만으로 선발된 이들 학생들에게 '고비용'을 들여가며 극구 끌어갈 필요가 있는가? 하고 반문하고 있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미 공정시험 협회의 밥 쉐펴는 더욱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PSAT 등 표준화된 수능시험의 고득점자는 학구적인 능력보다는 '시험을 잘 치르는' 학생이라는 사실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 '내셔널 수능 장학생' 이라기 보다는 '내셔널 시험 장학생' 이 더 알맞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교수회 의장인 마이클 브라운도 미국 대학들은 내셔널 메릿 결선자 라는 조건으로 대학 입학이나 장학금을 결정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주립대학이 학교 명성을 위해 일부 학생들에게 고액을 들여가며 유치시키려 하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 최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