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플로리다 33] 올랜도의 숨겨진 보물 '복 타워 가든'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올랜도와 탬파 사이에 위치한 포크 카운티 레이크 웨일스시에는 복타워 가든(Bok Tower Gardens)이 자리잡고 있다. 옛 관광명소였던 사이프리스 가든(현 레고랜드)에서 조금 더 남쪽에 위치한 복타워 가든은 사이프리스 가든에 비해 규모가 작고 유흥거리가 없어 아동이 있는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는 인기가 높지 않다. 하지만 장년층과 사색을 즐기는 젊은이들, 음악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숨겨진 명소이다.

총 면적이 250 에이커에 달하는 복타워 가든은 1929년 <레이디스 홈 저널>이라는 유명 여성 잡지 발행인인 에드워드 W. 복(Edward W. Bok) 부부가 겨울 휴향지로 이곳을 정하고 새 보호지역으로 삼고자 조성됐다. 복은 당시 황량했던 모래땅 언덕에 수로를 만들고 트럭으로 수천회 흙을 퍼다 나른 뒤 당시 유명 조경가를 고용해 현대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가든을 만들었다.

고사리과 식물, 1백여 그루 팜트리, 1천여 그루의 오크 트리, 소나무 등이 자리잡고 있는 자연을 배경으로 화초와 동백꽃, 1만 그루의 진달래, 3백 그루의 목련, 5백 그루의 고도니아, 블루베이, 홀리 등을 주도 면밀하게 배치한 복은 매우 기념비적인 시설물을 이곳에 세웠다. 편종(carillon·커릴런 혹은 카리용) 연주 시설이 들어있는 이른바 '싱잉 타워' (Singing Tower 이하 음악 종탑)가 바로 그것이다.

205피트 높이의 음악 종탑은 대리석과 코퀴나라는 플로리다산 사암으로 만들어졌고 정교하게 조각된 모자이크 타일, 조류상, 철물 장식으로 모양을 낸 고딕 양식으로 매우 우아하면서도 웅장한 멋을 지니고 있다.

탑에 조류상이 있는 것은 복이 본래 이곳을 새 보호지역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 복은 초기에 플라밍고의 색조가 들어있는 종탑의 전체 모습이 물에 반사되게 만든 '리플렉션 호수'에 플라밍고를 키우고자 했다. 그러나 새가 겨울철을 제대로 나지 못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고 후에 백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5년만에 완성된 복타워 가든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캘빈 쿨리지와 복에 의해 헌납됐고, 국립역사유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됐지만 복은 바로 다음해인 1930년에 심장발작을 일으켜 6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 해 1월 21일자 <타임>지는 "복은 가든 헌납사에서 '종탑을 보면 타지마할 묘를 연상하기 쉬울 것'이라는 말을 남겼으나, 일반인들은 탑의 색상과 모자이크 타일을 언급한 것이라 생각했을 뿐 그가 탑 지하에 자신의 묘를 마련했음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적었다.

에드워드 복이 가든에 종탑을 세운것은 '아이런 마운틴'으로 불리는 이 지역이 플로리다 중앙에서 남북으로 산맥을 잇고 있는 '레이크웨일스 리지'의 한 부분으로 고지대이기 때문이다.

"슈가로프를 깍아 내리면 플로리다에서 가장 높은 곳"

육지에서 295피트 높이에 있는 '아이런 마운틴'은 레이크웨일스 리지 북쪽에 자리잡은 레이크카운티 내 '슈가로프 마운틴'(321피트) 다음으로 플로리다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난 겨울 기자가 방문했을 때 복타워 가든의 안내인 할머니는 "슈가로프 마운틴에 삽을 들고 가서 좀 깎아내리면 이곳이 가장 높다"는 농담으로 이곳이 플로리다에서 손꼽히는 '고지대'임을 은근히 내세웠다.

또 복타워 가든에 종탑이 세워진 데에는 복의 부인인 메리 커티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메리는 1924년 필라델피아에 커티스 음악학교를 세운 인물이다.

팔각 기둥으로 아래 면적이 51 스퀘어 피트인 '싱잉 타워' 상단에 자리잡은 카리용 챔버에는 60개의 편종이 있고 이곳에서 오후 1시와 3시 등 하루 두 차례 연주가 흘러나온다. 관람객들은 탑 주변을 거닐거나 언덕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음악을 감상한다.

12월 부터 4월까지는 탑 주변 일정 장소에 설치된 '뷰잉 지역'에서 카리용 연주자가 직접 키보드로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화면을 볼 수도 있으며, 특별 행사때는 연주자와 직접 대면해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이밖에도 탑 내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카리용 도서관이 있으며, 이곳은 회원들에게만 특정 기간에 출입을 할 수 있는 특전을 베푼다.

복타워 가든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는데 1970년 전미 역사지로 등록된 '파인우드 에스테이트(Pinewood Estate)' 라는 맨션이다. 가든 내 8에이커 부지에 지어진 이 집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철강업을 하던 오스틴 벅이라는 사람의 겨울 휴향지로 1932년에 완성됐다. 미 동남부에서 지중해식 건축양식으로 손꼽히는 건물 중 하나인 집은 2층에 20개 방이 들어서 있으며 아름다운 정원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장식하고 있다.

복타워 가든에 들어서면 우선 방문객 센터에 들어가 안내서(Visitor Guide)를 받아들고 실내에 마련된 전시관을 먼저 방문한다. 이곳에는 에드워드 복의 생애와 종탑 재료, 만드는 과정, 카리용 견본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을 나오면 식당으로 연결되는 아기자기한 정원 패티오를 구경한 후, 가든 지도와 함께 카리용 연주 시간을 참작해 산책로를 대강 정하고 돌아보는 것이 좋다. 또 파인우드 맨션은 종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역시 카리용 연주 시간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든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가든을 돌아보면 더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정지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허약자나 노인들에게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복타워 가든은 동백꽃과 진달래가 많아 겨울과 초봄에 방문하면 온화한 날씨 속에서 아름다운 색깔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또 시기적으로 심포니 컨서트, 커티스 음악학교 투어 공연 등 특별 이벤트를 베풀기 때문에 가든이 멀지 않다면 회원권을 구입해 볼 만하다.

복 타워 가든은 올랜도 인근 한 시간 안팎의 거리에 숨겨져 있는 또하나의 보물이다. 구불구불 오렌지밭을 지나 조용한 동산에 누워 싱잉 타워에서 들려오는 벨소리를 들으며 나른한 한나절을 보내는 미국인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다. 따사롭게 쏟아지는 햇볕을 등뒤에 쏘이러 나온 젊은 커플들, 유모차를 밀고온 애엄마들, 황혼을 맞이하는 노부부들이 무한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동산에 서면 눈 아래 늪지대 숲 호수에서 올라오는 아지랭이가 흐느적 거리며 손짓한다.

시간: 매일 오전 8시-오후 6시 (휴일 없음, 파인우드 맨션 관람 시간은 정오-오후 4시 )

입장료: 성인 $12 (파인우드 맨션 관람 콤보 티켓 $18), 아동 $3(콤보 티켓 $8)
자세한 정보: boktowergardens.org, 전화 863-676-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