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전향적으로 대북문제 해결"... 당내서도 전환 요구 높아

(서울) 황방열 기자 =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대표까지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한나라당의 대북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외부에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이 문제도 좀 더 전향적이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안 대표가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보면서, 한나라당과 청와대 소통 등에 대한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작심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도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 국민 수준이 높다. 국민도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적절히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히 적십자사에서 (북한 수해에 대해)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일보 전진"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안 대표의 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청와대 대변인 "입장 변한 것 없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도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현 정부는 남북관계가 특수관계가 아닌 국제관계처럼 되는 상황을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라고 표현해왔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면서 "적십자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의 정부 분위기도 비슷했다. 지난 4일 제주도에서 기자들을 만난 정부 고위 인사는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매우 생산적 발전적으로 가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강경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이 남한의 수해지원 제안에 화답해, 쌀과 시멘트 등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정부가 긍정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다. "쌀이나 시멘트를 보낸다고 해도 일단 인도적 지원에 한정된 것"(청와대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안 대표로 하여금 이 대통령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게 만든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대북정책에 대한 20~30대의 비판 전달"

지난 달 31일 의원 연찬회에서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북정책의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김충환 의원은 "민족주의 문제를 야당이 선점해, 한나라당이 마치 통일 관심 없는 것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고립된 북한이 중국쪽으로 가게 돼 통일에 상당한 문제점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용 의원과 강명순 의원은 "북한 수해에 대해 조건 없이 통 크게 지원하자. 한나라당이 결의문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 자신도 지난 달 22일 당정회의에서 대북쌀지원을 제안한 바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5일 국방부에게 "조건없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 재개를 북한에 제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의 출구전략을 찾으라는 것이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배경에 대해 "연찬회 등에서 나온 당내 의견과, 20~30대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제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