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장관 인터뷰] “MB 정부 남북관계, 1년간 밑지는 장사”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봄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에서 유학중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3일 플로리다 올랜도를 방문했다.

4·29 재보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정 전 장관은 지난달 17일 워싱턴에서 강연을 한데 이어 12일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에서 ‘제 4의 물결’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기자는 다음날 올랜도를 찾은 정 전장관을 만나 1시간 가량 남북문제와 정치 일선 복귀 등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정 전장관은 남북문제와 관련하여 “오바마 정부가 정책 리뷰를 하고 있는 데 한국정부도 리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시 정부 8년은 대북문제에 관한 한 전부 적자였고 오바마 정부가 이것을 바꾸는 과정인데, 남쪽도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자 투성이로 나타났으면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1년간의 남북관계가 “밑지는 장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분명한 노선을 천명하면 된다”면서 “분명한 노선이란 북을 대화의 실체로 인정하고 조건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게 대화의 복원을 촉구했다.

자신의 4.29 재보선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13년 정치를 해오면서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 부딪히게 될 때마다 중요한 것이 ‘판단 기준’이었다”고 운을 뗀 후 “우리 국민이 어렵고 당도 어려운 상황인데, 무엇이 어려운 국민들께, 무엇이 어려운 당에 도움이 될 건가. 이게 제 판단 기준”이라고 말해 무게 중심이 출마에 기울고 있음을 암시했다.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시기상조론' 지적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다, 후배들 얘기에 노 코멘트…"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정 전 장관은 본국에서 벌어진 용산 참사에 대해서 “가슴에 눈물을 흘렸다”며 이역에서 참사를 지켜본 심회를 토로하고 “인간을 파괴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면서 “법을 집행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 인간의 삶의 권리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냉혹하고 성급한 공권력 투입을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의회가 재외동포 참정권을 통과시킨 것을 놓고 일부에서 '세금을 내고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에서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비판하고 있는데 대해, "나는 생각이 다르다,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일축하고 "대한민국에 사는 4천8백만명을 국민이라고 간주하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이 나가서 살고 있는 지역은 어디나 다 대한민국 영역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올랜도 Y.K. Kim 태권도 대표 김영군 사범과 블랙 벨트월드의 준 리 대표 등이 배석했다. 정 전 정관은 인터뷰를 마친 후 자리를 옮겨 고향집 식당에서 제리 데밍스 오렌지 카운티 경찰국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지역내 치안상황 및 소수계 생활실태 등 관심사를 나누었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 11일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 강연에서 '제4의 물결'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제4의 물결'이란 무엇입니까.

“그건 제가 창조한 용어입니다(웃음). 저는 우리에게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으로 파악하고 있고, 제3의 물결은 엘빈 토플러가 말한 정보 테크놀로지 혁명과 민주화의 물결로 전 세계에 통용되는 물결이겠지요.

한국은 또하나의 물결이 필요합니다. 바로 60년 분단상황을 정치, 경제 전략적으로 극복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결입니다.

앞으로 동아시아가 정치.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상하게 되고, 그 축에 중국과 일본이 있고, 그 사이에 한국이 있습니다. 동아시아가 부상하는 데 있어서는 중국 일본 한국이 세 발을 이루는 축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분단 상태가 지속된다면 동아시아 시대가 이뤄지는데 부담이 됩니다. 세 발로 서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한국이 분단상황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이 낙오자가 되지 않고, 세 축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 시대를 맞게 됩니다”

“남북관계, 1년간 밑지는 장사… 이젠 리뷰해야”

- 이명박 정부 1년이 지나면서 남북관계가 뒷걸음 치고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정 장관이 조만간 한국에 들어가 정치를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에 들리는데, 귀국하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십니까.

“들어가나 안들어가나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웃음).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한 다는 뜻은, 현재 오바마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리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과 직접 협상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써 (오바마 정부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오바마 정부가 정책 리뷰를 하고 있는 데 한국정부도 리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 해봤는데 이제 대차 대비표를 만들어봐야 겠지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실용적인 접근을 하겠다고 선언했잖습니까. 실용적 접근을 했으면 남는 장사가 되어야 하는데 밑지는 장사를 했습니다. 남북 공식 대화가 끊어졌지요. 남북교역도 줄었죠. 핵문제는 악화되고, 긴장은 높아졌고 불안정은 가중됐죠. 긍정적 자산은 없어지고 부정적 자산만 늘어났단 말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중간점검을 해야 지요.

부시 정부 8년 동안은 대북관계에 관한 한 전부 적자였고 오바마 정부가 이것을 바꾸는 과정인데, 남쪽도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자 투성이로 나타났으면 전면 검토해야 합니다. 북도 이걸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오마마 대통령 임기중에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내야합니다. 이미 베를린 장벽은 20년 전에 무너졌잖아요. 앞으로 20년을 또 그대로 가면 우리는 이 지구의 낙오자, 동아시아의 낙오자가 됩니다.”

-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오바마 정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오바마 정부에 조언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현 한국 정부와 야당은 철학이 다릅니다. 오바마 정부는 두갈래의 얘기를 균형있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 야당의 목소리를 좀 대변할 생각입니다. 얼마 전에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가서 USF 한 것처럼 강연했는데 국무부 관리들과 전문가들 기자들도 많이 왔습니다.”

-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문제가 한국정부 주도로 방향을 틀어왔는데요, 지금 이명박 정부는 주도권을 상실한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향방없이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게 남의 문제냐 나의 문제냐 하는 것입니다. 북한 문제를 남의 문제로 볼거냐, 그런데 이게 어떻게 남의 문제입니까. 우리 문제잖아요. 우리, 남과 북이 주도해야 겠지요. 6.15공동선언 전문에도 ‘우리 민족끼리’ 논의해서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지 않습니까.

“6자회담 돌리고, 한-미-북- 삼각축 작동시키면 변화 일어날 것”

- 그런데 현재 남북문제는 ‘우리민족끼리’ 라기 보다는 남쪽이 배제된채 ‘통미봉남’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거에 그랬듯이 남쪽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종속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 문제를 나 혼자만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문제라고 해서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요. 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만 남북문제 성격상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간 공조이지요.

우리가 이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남북공조를 강조하는 것이고 문제의 성격상 한미공조 없이는 남북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공조가 또하나의 축이라는 것입니다. 남북공조와 한미공조는 병행되어야 합니다. 남북공조와 한미공조가 병행전략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6자회담이죠.

그러나 남북문제는 6자회담만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6자회담과 병행으로 미북대화가 필요하고 남북대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워싱턴-평양-서울, 이 삼각형이 움직일 때 삼각대화가 되고 6자회담이 돌아가고, 북한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임정부때는 6자회담만 돌아갔지 미북대화는 끊어졌습니다.

한미공조와 남북공조가 단속(斷續)되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즉 병행이 잘 될 때도 있었고 잘 안될 때도 있었죠. 남북공조와 한미공조가 잘 될 때 성과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9.19공동성명이죠. 그리고 또 클린턴 정부 말기 상황 두 군데를 보면 남북공조와 한미공조가 병행될 때 성과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갈 방향은 그동안의 경험 속에서 6자회담을 돌리고 한-미-북 삼각축을 작동시키면 분명히 한반도 문제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답은 나와 있다고 봅니다.”

- 부시 행정부에서는 한국정부(특히 DJ 정권)가 너무 앞서간다는 불만도 나왔지 않습니까.

“앞서간게 아니고, 부시 행정부 시절 뿐만 아니라 지난 20여년간 참 불운하게 워싱톤과 서울에 미스 매치가 있었습니다. 워싱톤에 진보적인 정부가 등장하면 서울에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에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워싱턴에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지금도 워싱턴에는 진보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에는 보수정부가 있고, 계속 불일치가 있었던 것이죠. 어떤 변화를 일으키려면 한미가 같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현상이 바뀌는데 엇박자였기 때문에…. 뭐랄까요, 참 불운해요. (unfortunately!) 그래서 부시 정부때도 그런 불일치 때문에 한계가 있었죠 그 속에서 그나마 한미공조가 됐을때는 성과가 있었고 삐걱거리면 또 안되고...”

“남북간 선언 이행할 필요 없다? 굉장이 비이성적인 얘기”

- 그런 논리로 보면 지금 남북관계 전망이 안좋은 것 같은데요.

“미북은 돌아갈 것 아닙니까. 평양-워싱턴 대화는 된단 말이죠. 그럼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뭐냐. 남북대화를 빨리 복원하는 일이죠.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워싱턴 평양이 돌아가면 자연히 한미공조에도 이상이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남북대화가 끊어져 있으면 아까 말씀한 북은 통미봉남으로 가게 될 것이고 서울과 워싱턴은 부조화가 생길 것이고… 선결 과제는 지난 1년동안의 정책에 대한 중간 결산을 해서 빨리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정책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 북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반도 문제는 핵문제를 포함한다고 봅니다. 어떤문제는 우리 민족끼리고 어떤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아닌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핵문제도 우리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해야 하는데 지금 핵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논의합니까?

2005년 6월에 김정일 위원장하고 제가 핵문제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저와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아버지 유언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귀중한 기록이고,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 정부는그 말에 대한 실천을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이 부분에서 힘주어 강조)해야 합니다. 특사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공식적인 대화가 끊어져 있지 않습니까. 대화를 복원해야 하는건 간단합니다. 그것은 (한국정부가) ‘천명’하는 것입니다. 뭘 천명하느냐. 대북정책에 대한 분명한 노선을 천명하면 됩니다. 분명한 노선은 뭐냐. 북을 대화의 실체로 인정하고 조건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북을 대화의 상대, 협상의 실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게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얘기에 이어 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최근 이상득 의원)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가 원수간에 직접 서명한 문서와 약속을 부정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국제관례에도 어긋나고, 민족적 관점에서도 온당하지 않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7.4공동성명도 유효하고, 노태우정부시절의 남북기본합의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김대중-김정일, 노무현- 김정일 양쪽의 국가원수가 합의한 엄정한 약속입니다.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헛웃음) .......뭐라고 할까. 누가 그랬어요? 굉장히 비이성적인 얘기입니다.”

- 현 미국 정부에서 남북문제 해결에 공식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물이 힐러리 클린턴으로 보이는데, 잘 해낼 수 있다고 봅니까?

"힐리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힐러리에게는 가자 지구, 이란, 이라크 문제 등 힐러리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미국이 특사를 파견할 경우,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레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남편인 클린턴이 북한 관계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합니다. 클린턴 시절인 1994년 북핵위기때 지미 카터가 북한을 방문, 김주석을 만나 성공적으로 위기를 모면케 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클린턴이 임기 말에 북한을 방문하려 했다가 이루지 못했는데, 그때 다하지 못한 미션을 지금 하도록 한다면 모양새도 좋고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국민이 어렵고 당도 어렵고… 출마,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것”

- 재보선 출마 문제를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거의 정 장관님이 복귀하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전주 덕진에서 나올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아예 오늘 여기서 발표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웃음) 한국에서 별로 (출마여부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아직 발표시기가 안됐습니까? 언제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들어갈 때가 되면 들어가겠지요(웃음). 이미 워싱턴에서 충분히 얘기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13년 정치를 해오면서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 부딪히게 될 때마다 중요한 것이 (판단의) ‘기준’입니다. 뭘 기준으로 판단하느냐. 판단 기준은 무엇보다도 특히 우리 국민이 어렵고 당도 어렵잖아요.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어려운 국민들께, 무엇이 어려운 당에 도움이 될 건가. 이게 제 판단 기준이죠. 이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겁니다.”

- 최재승 의원이 ‘정 의원 출마는 시기상조다, 개혁공천으로 가야한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결국은 정장관님이 개혁적인 분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닙니까

“(웃음) 후배들이 하는 얘기예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습니다. 후배들 얘기에 노코멘트다, 그게 기본(적 답변)이고...

저는 13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옳지 않은 가 기준에서 나름대로 일관되게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3선 국회의원직 사퇴를 누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 의원직을 버린 사람입니다. 의원직을 버린다는 것이 정치인에게 쉬운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만2천명 대의원이 모여서 전당대회에서 직선으로 7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제가 당대표가 된 사람입니다. 누구도 저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저는 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사퇴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 스스로에게 책임지려고 행동했고 국민과 당앞에 책임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걸어갈 것이고 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년 7월에 듀크 대학에 오셨죠? 공부는 얼마나 하셨습니까.

“제가 미국에 와 있는 동안 공교롭게 역사적인 선거, 또 80년만의 경제위기를 보면서 느낀게 많았습닏. 미국 국민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특히 미국의 리더십이 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수습해 가는가 하는 것을 보는 게 굉장히 생생한 공부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갔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정치의 힘, 정치가 이런것이구나’ 라는 것을 내가 정치를 하면서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느꼈어요. 미국 국민들이 지금 어느때보다 가장 어려운 데 그 어려운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해 내는 것, 국민들에게 뭔가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것, 누가 그것을 할수 있겠어요. 이게 정치구나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이른바 통합의 정치, 포용 정치로 라이벌인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기용하고... 감정적으로야 서로 치열하게 싸웠으니까 개인적인 감정이 없겠으니까마는 개인적 감정과 당파성을 넘어서서 미국을 위해서 국익을 위해서 역사를 위해서 포용했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부시 정부에 이어서 계속 함께 일하도록 한 것이라든 지 존 매캐인 상원의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서 주요 국가사안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고 이런 모습들이 젊은 지도자지만 참 배울게 많다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덧붙이면,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인데 ‘경제는 정치다’, 좋은 경제시절에는 반드시 좋은 정치가 뒷받침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를 ‘경세제민’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경제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합심해야 합니다. 통합을 해야죠. 통합의 기술은 정치의 기술이란 말이죠. 정치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면 경제에 활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경제는 정치다’, 미국의 위기관리를 보면서 절감한 겁니다.

“용산 참사는 정치의 존재이유, 정부의 존재이유 고민하게 만든 사건”

- 어떤 대상에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면 더 잘 보일 때가 있습니다. 용산참사 등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미국에 홀로 떨어져 있으면서 보고 느낀 것 무엇인지, 듀크대에 있으면서 한반도라는 땅덩어리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셨습니까.

“용산참사..., 그걸 보면서 가슴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그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분들이 심경이 어떠했을까 그걸 생각하니...

저는 인천 부평동 철거민 촌에서 같이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의 존재 이유는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간을 파괴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법은 준수돼야 하고 질서는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삶의 권리 또한 지구의 무게만큼 무겁습니다. 인간이 삶의 권리는 지극히 무거운 것입니다. 법을 집행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 인간의 삶의 권리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사회가 돈을 중심으로 냉정한 사회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좀더 포용적인 사회로 발전되었으며 좋겠습니다. 철거민을 포함한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그런점에서 헌법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35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해야한다’ 이렇게 돼있는데, 이것을 ‘모든 국민은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권리’로 규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철거민 문제도 정책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존재 이유 정치의 존재 이유가 보다 많은 국민에게 보다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저는 정부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의 존재 이유, 정부의 존재이유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참사라고 봅니다.

-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미국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자유주의 노선은 이미 실패하고 들어갔습니다. 시장의 확대, 정부의 축소, 작은 정부, 큰 시장, 시장 만능, 복지 축소는 시대의 요구가 아닙니다. 또 한국에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시대 한국에 필요한 것은 복지 한국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입니다. 공정한 시장, 정글 자본주의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회, 포용적, 사회 통합적 자본주의가 우리가 추구해야할 시장경제의 모델입니다. 그러니까 대기업과 부자 강자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중소기업 약자는 정부가 경쟁력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21세기는 영역의 시대…재외동포 참정권 당연

- 재외국민 참정권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일부에서는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 즉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세금을 내는 지역에서 대표를 뽑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인데 재외동포들은 정치적 관심이나 세금도 살고 있는 국가에 집중이 돼 있으면서 떠나있는 고국의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지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참 중요한 큰 발걸음을 디뎠고 좀더 많은 동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출발점이 뭐냐면, 9만9천 평방 킬로미터 대한민국에 사는 4천8백만명을 국민이라고 간주하는 그런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나가서 살고 있는 지역은 어디나 다 대한민국 영역이다’ 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21세기는 영토의 시대가 아니라 영역의 시대입니다.

이미 한민족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4대 강국에 8백만 척의 항공모함을 파견해 놓고 있습니다. 이건 정부가 도와준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맨 주먹으로 단돈 백불 쥐고 개척해서 8백만 척의 항공모함을 띄웠어요. 이제 이걸 국가 미래전략과 결합시켜야 합니다. 영토개념을 영역개념으로 바꿔서 보다 더 진취적으로 밖으로 나가라 이렇게 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은 82%가 대학을 나오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가 태부족합니다. 구조적으로 (밖으로) 나가야 되는 상황이죠.

- '8백만 척의 항공모함'을 국가 미래전략과 결합시킨다... 구체적으로 어떤 뜻입니까.

"한국이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경제개발, 여기에다 한민족이 가져왔던 백의민족으로서의 사상이 있죠. 나는 그게 홍익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이롭게 하고 생각을 이롭게 하고 환경을 이롭게 한다는 개념이죠. 민주주의와 경제개발, 그리고 이 홍익인간의 이념까지 가지고 세계로 세일즈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밖에 나가 있는 인적자산을 국내와 연결, 네트워킹을 더 강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표준국가가 될 수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참정권을 넘어서서 이중국적까지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중국적의 시대로 가는 데 장애물은 징병제입니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면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좀 더 덧붙이면, 한 방향은 북방개척시대로, 다른 방향은 세계개척시대로 가야된다는 말입니다. 북방경영과 세계경영,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꿈을 공유해야 합니다. 꿈을 공유하면 이룰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돈이라는 가치와 우리가 결여됐던 인권과 민주주의, 그것을 위해 분투해 왔는 데 이제 좀더 차원을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감히 나라를 경영해 보겠다고 생각한 이유, 동기가 뭐냐. 대한민국을 한 계단 올려놓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