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경고 셋, 퇴장 하나, 반칙 일곱' 이끌어 내

프리미어리거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것을 박지성이 분명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가 있었기에 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3일 밤 10시 프랑크푸르트 발트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토고와의 2006 월드컵 G그룹 첫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특급 미드필더 박지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국축구의 보배였다. 월드컵 첫 출전국 토고는 그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너무나 큰 희생을 치렀다.

박지성이 만든 '경고 셋, 퇴장 하나, 반칙 일곱'

전반전 네 개, 후반전 세 개의 반칙이 박지성의 빠른 몸놀림을 위협했다. 그 과정에서 토고 선수들은 노란색 카드를 세 장이나 받았고, 주장이자 핵심수비수 아발로는 박지성을 겨냥한 두 번의 거친 반칙으로 53분에 쫓겨나기까지 했다.

0-1로 뒤지고 있던 53분, 박지성의 놀라운 방향 전환 드리블은 토고 페널티지역 반원 가까이로 진행됐다. 주장 완장을 찬 토고의 가운데 수비수 아발로는 바로 그 드리블로 인해 고의적인 반칙을 저지르며 두번째 경고를 받고 아예 쫓겨났다. 그렇게 박지성은 승부의 갈림길에 우뚝 서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이천수의 오른발 프리킥 골이 터져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한국은 박지성의 수준높은 미드필드 움직임을 중심에 두고 주장을 잃어 10명이 된 토고 선수들을 흔들어 놓았다.

전반전, 3-4-3 시스템 속의 박지성은 오른쪽 날개공격수였다. 그의 뒤를 받치는 송종국의 몸놀림이 만족스럽지 못해 좋은 공격 장면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천수와 조재진을 겨냥한 네 차례 수준높은 전진 패스는 "역시 박지성"이라는 찬사가 터져나오게 했다.

토고의 빠른 골잡이 카데르 쿠바자에게 한 골을 내주면서 끌려가기 시작한 한국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진규를 빼고 안정환을 들여보내며 4-3-3 시스템으로 옷을 바꿔입었다. 이 흐름에서 박지성은 매우 폭넓은 움직임을 자랑한 왼쪽 날개공격수였다.

그는 직접 중거리 슛도 두 차례나 시도했고, 왼쪽 수비수 이영표의 도움을 얻어 날카로운 왼쪽 크로스를 두 개 올려줬다. 교체 멤버 안정환과 오른쪽 날개공격수 이천수를 겨냥한 전진 패스 역시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수적 열세에 놓인 토고 수비수들이 쩔쩔맬 정도로 위협적인 것이었다.

곱씹으며 뉘우치자, 박지성의 고립

72분, 송종국의 도움을 받은 교체 멤버 안정환이 멋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린 다음 한국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패스를 바탕에 둔 추가골이었다.

돈 문제 때문에 자중지란을 보인 토고를 앞에 두고 프랑스와 스위스도 많은 골을 노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토고를 제외한 세 팀이 물고 물리는 양상까지 예상해 볼 때, 추가골은 더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경기 끝무렵 박지성을 고립시키는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다. 물론, 체력적으로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유독 왼쪽 옆줄에 있는 박지성에게 공을 연결한 다음 아무도 받으러 오지 않은 점은 크게 뉘우쳐야 할 부분이다.

더구나 박지성의 뒤에는 토고의 떠오르는 오른쪽 수비수 아시미우 투레가 바꿔 들어와 작정하고 따라붙었다. 이 때문에 그 어려움은 가면 갈수록 더했다.

한국 수비수들이나 미드필더가 공격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반대쪽의 빠른 이천수를 이용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왼쪽에 있는 박지성에 의존하는 경기 끝 무렵의 답답함은 폴 그래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이어졌다.

역전승을 거뒀지만 '남 좋은 일만 시킨 꼴'

결과적으로 귀중한 역전승은 거뒀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다음에 토고와 만나게 될 스위스와 프랑스에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수비수 아발로가 퇴장 징계로 오는 19일 스위스와의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오른쪽 수비수 창가이와 가운데 미드필더 로마오도 노란 딱지 한 장을 이마에 달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고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왼쪽 수비수로 활약한 아세모아사가 62분에 오른쪽 무릎을 크게 다쳐 실려나갔다.

우리와의 경기에서 받은 충격이 토고의 남은 두 경기(19일 스위스전, 24일 프랑스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경기 운영면이나 결과 모두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첫 경기였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