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S&T중공업 복직 이틀만에 사직

"선반공으로 시작한 노동자 인생 30년, 노동자와 평생을 살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 퇴직하지만 사측에 요구한다. 39명 징계해고 된 동지들을 복직시켜 달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창원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으로부터 해고 15년만에 복직명령을 받았지만 이틀만에 사직했다. 문 대표는 18일 오전 금속노조 통일중공업지회 사무실 앞에서 조호영 지회장 등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직 기자회견'을 가졌다.

S&T중공업 마크가 새겨진 옷을 입은 문 대표는 '언제나 노동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고, 기자회견문 낭독 중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대표는 "대학 도서관에 우연히 놓여 있었던 전태일 열사의 일기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자 삶의 나침반이었다"면서 노동자의 길을 걸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공장을 막 취업한 어느 날이었다"고 운을 뗀 뒤 "아들이 공장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진주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셨고, 아들의 기름때 묻은 손을 보며 하실 말씀을 잃은 아버지는 멍하게 저를 쳐다보실 뿐이었다"고 과거를 더듬었다.

이어 "30여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면 고통과 어려움의 순간보다 가슴 뿌듯한 감동의 순간들이 더 많았다"면서 "선반공에서 시작하여 정당의 대표가 된 지금까지도 '이 땅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세상의 참된 주인'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중공업은 '학생 출신 노동자 문성현'을 '진짜 노동자'로 만들어 준 곳"이라면서 "내가 대학생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회사는 나를 해고시켰고, 그때 '형님 가지 마소'라는 노동자들의 이 한 마디는 '학출 노동자 문성현'을 '진짜 노동자'로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학출' 이유로 해고당한 노조위원장

진주고와 서울대를 나온 문성현 대표는 1985년 통일중노조 위원장으로 있다가 대학생 출신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사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고 문 대표를 복직시켰는데, 두 달 뒤 문 대표는 구로동맹파업 연대 활동과 관련해 다시 구속되었고 그 뒤 출감하자 사측은 해고처분을 내렸다.

문 대표는 1989년 사측이 합의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원직복직 소송을 냈고, 1991년 대법원은 해고기간 임금 전액과 원직복직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노조 지회와 문 대표는 계속해서 원직 복직을 요구해왔다. 문 대표는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복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속에 매월 100만원 안팎의 생계비를 지급해 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지금도 통일중공업 조합원들 앞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서 "비록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나의 마음은 청춘을 다 바쳐 일해 온 현장에 언제나 있을 것이며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처음 회사에 출근해 노동을 시작하던 처음의 그 마음으로 초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S&T중공업은 지난 12일 문 대표에 대해 17일자로 원직복직 근무명령을 통보했다. 금속노조 통일중공업지회와 문 대표는 휴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단체협상 조항에 '정치적 이유로 휴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문 대표가 17일 출근하지 않자 사측은 '무단결근' 처리했다.

이에 노조 지회와 문 대표는 논의를 거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는 "노조 지회와 지역 인사들과 상의 끝에 사직서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정년을 2년 남겨 두고 있다.

문성현 대표는 이날 사직으로 인해 금속노조 통일중지회 조합원 신분에서 탈퇴한 뒤, 곧바로 금속노조 경남지부 마창지역금속지회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김영길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문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조 지회 간부들과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 윤성효 기자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