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공·설계에 문제있을 것"... 관리공단 측 "부실공사는 아니다"

완공한 지 다섯달 된 서울 청계천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다.

청계천 복원 시작 지점인 청계광장 폭포 밑 통행로 양쪽 5~7m 구간 바닥에 물이 흘러 행인들의 바짓단을 적실 정도로 큰 불편을 주고 있는 것. 이 물은 양쪽 벽과 바닥 사이 틈으로 흘러나와 통행로를 흥건히 적시고 청계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런 '물샘' 현상은 지난 3일부터 목격되기 시작했다. 6일 오후 현재 청계천에는 토목업체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이 나와 물이 새는 곳 주변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바닥을 들어내는 등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 "더 큰 문제 있을 수도... 정밀조사 필요"

그러나 물이 새는 것 자체가 청계천 시공·설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어딘가 더 큰 문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현장을 직접 봐야 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원래 (벽이나 바닥) 뒤쪽에는 항상 물이 있다고 봐야 하니까 물이 빠질 수 있는 드레인(배수시설)을 일정 간격으로 배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물이 원하는 쪽으로 빠지지 않고 바닥으로 새어 나왔다면 드레인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공이든 설계든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물이 한번 새기 시작하면 내부 어딘가에 예상치 못한 균열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 부분만 해결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이 어디인지 정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시공사 "원인 파악 중"

그러나 청계천 시설물 관리·운영을 맡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나 시공사 측은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 모두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겨울내 얼었던 물이 녹아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물이 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우선 청계천관리센터 시설팀 부장은 "겨울 동안 땅 밑에 얼었던 것이 녹으면서 틈새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원인파악을 위해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또 "새는 물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드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실공사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번에 물이 새는 구간 공사를 맡았던 대림산업의 하진철 토목관리부 소장도 "얼었던 물이 녹아서 나오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정확한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 안다"고 밝혔다.

하 소장은 "애초부터 배수시설 설계나 시공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하 소장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며 "드레인(배수시설)은 상관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더 살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히 대답했다.

청계천은 지난 2003년 7월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해 2년 여만인 2005년 10월 1일 완공됐다. 복원된 청계천은 개통된 지 두 달도 안된 지난해 11월 27일, 방문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안홍기 기자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