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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랜도 한 수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타이레놀. ⓒ 코리아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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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임산부들에게 "타이레놀 복용에 맞서 끝까지 싸우라"고 주장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병통치약으로 홍보하고, 소독제 주사를 제안했던 그의 과거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그의 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공개, 국경 수비 총책 톰 호먼을 둘러싼 뇌물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시점에 제약사 켄뷰(Kenvue)가 소유한 타이레놀을 공격하는 것은 단순한 무지 이상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켄뷰의 주가는 하루 만에 5% 하락했다. 최근 6개월간 계속된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는 일부 연구에서 제기된 '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기인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없다.
자폐증과 약의 관계? "연관성은 있지만 인과관계는 아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아동 31명 중 1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중요한 문제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보건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자폐증 환아는 모두 장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지나친 일반화다. 자폐는 스펙트럼 질환이며, 일론 머스크나 그레타 툰베리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도 자폐 진단을 받은 바 있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의 상관관계를 주장하는 연구도 있지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엄연히 다르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열 자체가 자폐증 발병 가능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어, 아세트아미노펜은 원인이 아닌 단순한 동반 요인일 수 있다.
케네디는 과거 자폐증 관련 소송을 진행한 로펌 위스너 바움(Wisner Baum)과 협업한 이력이 있다. 그는 직접 자폐 관련 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아들 코너 케네디는 해당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2023년 연방법원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 인과관계를 주장한 수백 건의 소송을 기각했고, 이를 지지한 학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당시 트럼프와 케네디가 인용한 안드레아 바카렐리 하버드대 교수는 전문가 증언료로 최소 15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인과관계 확인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치인은 처방하지 마라"…산부인과 전문가들의 경고
임산부가 약을 복용할 때는 늘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열이나 통증 같은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의료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 회장 스티븐 플라이슈만 박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임산부에게 매일 타이레놀을 복용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타이레놀은 임신 중 안전한 약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열로 인한 위험이 아세트아미노펜 자체의 위험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과학적 근거 없는 정치인의 의학 조언은 수많은 임산부와 가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의학이 아닌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더욱 무게를 얻는다.
올려짐: 2025년 9월 30일, 화 10: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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