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성숙도·감정 상태·생활 기술부터 점검해야"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새 일과에 적응해가는 가운데, 일부 부모들에겐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온다. 바로 아이를 방과 후에 집에 혼자 두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문제다. 돌봄 교실이나 사설 학원에 맡기기엔 비용이 부담스럽고, 이용 자체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독립심을 키워야 할 시점이라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를 혼자 두는 결정은 단순히 몇 살이 되었느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기준이 다르고, 법적 연령 제한이 없는 곳도 많아 결국 부모가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법 기준은 일부뿐…대부분은 부모 판단에 맡겨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이를 혼자 두는 연령을 법으로 정한 주는 소수다. 예컨대 메릴랜드주는 만 8세 미만 아동을 단독으로 방치하면 범죄로 간주한다. 일리노이주는 이보다 높은 만 14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주에서는 구체적인 연령 제한이 없고, 부모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나이만으로 혼자 있어도 되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오클라호마주 공공복지부 자에샤 퀘럴스 국장은 "이건 절대 획일적인 문제가 아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감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전체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적절한 감독은 아동 사고와 방임의 주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집에 혼자 둘 때 체크해야 할 것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상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시점을 만 11세에서 12세 사이로 본다. ABC뉴스는 AAP의 권고를 인용해 "이 연령 이전까지는 구조화된 감독이 권장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이 외에도 점검할 항목은 많다. 아이가 자신의 이름과 주소, 보호자의 연락처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지,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능한지, 911에 신고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스스로 간식을 만들 수 있는지, 다친 부위에 밴드를 붙일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또한, 규칙을 따르고 혼자 있는 동안 스스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외부의 유혹이나 위험한 행동을 자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성냥이나 라이터, 가스레인지 사용은 철저히 금지해야 하며,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사전에 부모와 약속된 인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자 있고 싶은지도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기술적, 행동적 준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CNN은 최근 보도에서 "지금의 아이들은 불안이 높은 세대다. 단지 부모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의 정서적 준비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에게 ‘혼자 있는 것이 괜찮은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안감이나 외로움,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지, 자신이 혼자 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야 한다. 브라이언 테스머 패밀리리소스 운영국장은 "이건 가족이 함께 맞이하는 성장의 순간"이라며 "자녀에게 신뢰와 기대를 표현하고, 그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짧은 시간부터 연습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마당에 나가 있거나 동네를 산책할 때 잠시 혼자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후 점차 시간을 늘리고, 아이와 영상통화나 문자로 정기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보안 카메라 등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이 발달해 부모와 자녀 모두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 테스머 국장은 "30분 이상 외출할 경우 아이와 연락을 정기적으로 취해야 하며, 짧은 영상통화나 사진 교환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