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얼마 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여 사랑의교회 구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던 마당기도회에서 설교를 하다 파면을 당할 뻔 했던 정 준경 목사의 기사를 읽었다. 그는 위기를 겪었지만 파면을 피하고 다른 교회와 합병하여 목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교회를 촛대라고 했습니다(계 1:20). 수많은 사물 중에 왜 하필 촛대일까요? 촛대의 사명은 촛불을 잘 떠받드는 것입니다. 촛대를 비싼 보석으로 꾸며 놓아도 촛대가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습니다. 어둠을 몰아내고 생명을 주는 것은 촛불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고 생명을 줄 수 있도록 잘 떠받드는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많은 교회가 촛대를 위해 촛불을 꺼뜨립니다.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 복음을 꺼뜨리는 것입니다."

"착한 교인들이 교회를 위해서 목사의 비리를 외면하니까 못된 목사들이 계속해서 악한 목회를 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영적인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힘입으려면 촛대의 사명을 기억해야 합니다. 촛불을 꺼뜨리는 촛대는 꺾어야 합니다."-뉴스엔조이 "교회는 촛대다"에서 인용

오래 전 일이지만 나는 마당기도회 부활절 새벽기도회의 설교자로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 초청을 거절했다. 내가 보기에는 마당기도회에 모이는 사람들 역시 사랑의교회에서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던 교인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초청했던, 지금은 목사가 된 마당기도회의 설교 섭외를 맡았던 집사가 나를 주일 설교자로 섭외할 수 없다고 했다. 새벽기도회 설교시간에 설교를 잘 하면 주일예배 설교에도 초청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 이유를 뒤집어보면 결국 내가 작은 교회의 목사이고, 학위도 없고 유명세도 없기 때문이 실제 이유였다. 나는 그렇게 교만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서 설교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다른 교회보다 월등히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하나님 나라의 반역자들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능멸하는 처사다.

그런 기억이 그 기사를 읽게 만들었다. 정 목사가 지적하는 내용은 사실과 부합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틀린 내용이 있다. 그것이 오늘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다.

정 목사는 "촛불을 꺼뜨리는 촛대는 꺾어야 합니다."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성서와 부합하지 않다. 정 목사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부분의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정 목사와 다르지 않은 사고를 지니고 있다. 그가 인용한 요한계시록을 보자.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해 내서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을 하여라. 네가 그렇게 하지 않고, 회개하지 않으면, 내가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겠다."(계 2:5)

교회를 촛대라고 한 것은 맞다. 그 촛대의 역할 역시 맞다. 그러나 촛대가 촛대의 역할을 못할 때 주님은 촛대를 꺾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위 말씀을 읽어보라. 촛대는 옮겨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촛대를 옮기는 이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이다. 성령이 촛대를 옮기신다는 사실을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날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현장으로 출동하여 '낫의 위험'(명성교회에서 있었던)을 받기도 한다. 그런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여 연락을 주고받으며 매우 위험한 그 일들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옳음에 심취되어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들의 그런 행동에 명성교회 관계자가 낫을 들고 달려들었던 것이다. 이 모습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명성교회 측이나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나님 나라는 폭력이 없는 평화의 나라다. 성서를 처음부터 면밀히 살펴보라.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의 폭력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신다. 폭력은 오로지 하나님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약시대에 이르러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그 내용이 산상수훈에 여러 번 언급된다. 그리스도인은 오로지 평화를 도모해야만 한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 대표적인 상징이다. 어떠한 불의와 폭력에도 그리스도인들은 폭력으로 대항해서는 안 된다.

나는 목사가 된 후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다. 목사가 된 이후 내게 가장 어려웠던 일은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떠한 경우의 내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 나의 폭력은 무조건 하나님을 망령되이 일컫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덕이 안 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근간인 평화를 허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평화주의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평화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과 씨름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들에서 송사는 일상이 되었다. 이 사실은 오늘날 교회들이 더 이상 평화를 도모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는 주장과 같다. 법은 대표적인 폭력이다. 법, 그것도 세상의 법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평화를 도모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심지어 초기교회에서는 법관들 역시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직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들에서는 법조인들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것은 성령이 촛대를 옮기셔야 할 이유다.

그러므로 촛대를 꺾어야 한다는 정 목사의 주장은 폭력적인 사고의 발현일 뿐만 아니라 그런 사고를 지닌 사람들의 교회 역시 성령께서 촛대를 옮기시게 될 교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오래 전에 폭력은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 안에 자리를 잡았다. 그 기원은 신앙의 자유를 선포하고 그리스도교 최고 사제가 되었던 콘스탄티누스 때로부터 시작된다. 로마의 황제로서 그는 폭력을 단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사람을 죽일 수 없는(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주교와 같은 그리스도인들과 사람을 죽여도 되는 그리스도인들(평신도)로 나누었다. 그것은 로마를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인 군대를 해산하지 않아도 되는 절묘한 해결책이었고, 이후로 그리스도교는 폭력이 자리하게 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포기한 곳이 되었다.

나는 이미 성령이 그런 곳에서 촛대를 옮겼다고 믿는다. 이런 내 주장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력한지를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말하고 또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 "어디에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해 내서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교회가 무너져도 다른 교회들이 촛대가 될 수 없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귀감이라고 주장하는 명성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백성인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허물거나 꺾는 일을 할 수 없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촛대인 교회를 오늘도 보호하시고, 새롭게 세우신다. 교회의 건설은 오직 주님의 하시는 일이다.